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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대통령이 할 얘기냐".... '석유' 자만 들어가도 폭등, 시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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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상승폭 줄인 반면
관련 없는 아스팔트가공업체에
강관·밸브업체는 연이틀 상한가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3일 오후 포항 남구 대잠동 철길 숲불의 정원에서 시민들이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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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관련주 무더기 상한가가 이틀째 지속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에 다량의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영향인데, 증권가에서는 '20%의 가능성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코스피시장에서 가스·석유 수송용 강관업체 동양철관은 29.98% 오른 1,175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전장 대비 30% 상승)다. 액화석유가스(LPG) 용기용 밸브 등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화성밸브도 연속 상한가를 찍으며 8,630원에 장을 마쳤다.

에너지 생산·수송과는 연관 없는 업체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상장사 한국석유가 대표적이다. 아스팔트 가공업체인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결과 2만3,3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31일 마감가는 1만3,810원이었다.

반면 앞선 업체들보다 관련성이 큰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상한가에서 이날 1.8%로 상승폭을 줄였다. 한국가스공사는 과거 동해-1·2 가스전 생산분을 국내로 인수한 경험이 있고, 이번에 윤 대통령이 언급한 지역에서도 부존량이 확인되면 인수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가스전 생산공사 수주 경험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도 1%대 하락 마감해 전날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림하는 등 별다른 힘을 받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하라"는 잇단 경고가 나왔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2035년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하며 과거 동해 가스전의 경우 1998년 탐사 성공 이후 2004년 상업 생산을 시작했던 사례를 참고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장세가 지난해 '2차전지', '초전도체' 테마주 장세의 연장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확실한 근거 없이 폭등했다가 어느 순간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끝나 버리는 광풍(狂風)일 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왜 대통령이 얘기하냐"고 되물으며 "어디까지 언제까지 올라갈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이 망가진다'는 결론은 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한국석유의 급등세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한 투자자는 "(탐사 시추를 주관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는 다르다"며 "동네 철물점이 삼성 간판 달고 있다고 삼성전자 계열사라고 우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윤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있는 역술가 천공이 1월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실상 천공 테마주" 아니냐며 비꼬는 투자자도 있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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