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가 유력해 글로벌 금리 인하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 통계청은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 오르면서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에서 꾸준히 하락해 4월에 2.9%, 5월에는 2.7%로 떨어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뚜렷하게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근원물가는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집계한 것인데, 상승률이 2월 2.5%에서 3월 2.4%, 4월 2.3%, 지난달 2.2%로 계속 하락세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현재 실질금리는 중립금리에 대비해 높은 수준으로, 한은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의문"이라며 "계속 긴축을 유지할 경우 내수와 투자에 악영향을 주고 중소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한미 통화당국은 고물가를 잡을 수단으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달라진 물가와 경기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3.50%, 5.50%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다시 들고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지표 수치들이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퍼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일(현지시간) 지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48.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수치(49.2)보다도 더 내려가 경기 위축을 가리켰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건설 지출이 전월 대비 0.1% 줄면서 두 달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희조 기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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