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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판문점 선언' 놔두고, 정부 "대북 확성기 가능"…해석 논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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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은 그대로 둔 채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만 정지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이 "확성기 방송 중지"를 명시한 유일한 남북 간 합의인 데다 9.19 합의 체결의 근거라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의 효력 정지 없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은 법적 논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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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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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못 박힌 확성기 재개



과거 대북 확성기는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정부의 판단에 따라 방송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에서 확성기 방송을 형사 처벌 대상에 포함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법은 24조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에서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중 전단 살포 금지 부분만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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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가 의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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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재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법적 검토 끝에 대통령이 남북합의서를 효력 정지하면, 확성기 방송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북 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될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25조 1항)는 처벌 무력화 조항과 "대통령은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23조 2항)는 효력 정지 조항이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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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남북합의서 범위 '자의적 제한' 논란



이에 따라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재개 방침을 정하자 확성기 중단을 명시한 판문점 선언과 적대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9·19 합의를 모두 효력 정지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남북관계발전법은 효력 정지의 대상이 되는 '남북합의서'의 정의를 "정부와 북한 당국 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도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는 확성기 재개 방침을 결정하며 효력을 정지해야 할 남북합의서 대상을 '효력을 갖기 위한 국내법적인 절차를 다 끝낸 남북합의서'로 한정하기로 해석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판문점 선언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까지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9.19 군사합의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해 법적 효력이 발생한 유일한 남북합의서이기 때문에 이것만 효력 정지하면 된다"는 게 정부 논리다. 근거로는 "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21조 2항)는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남북합의서의 '체결과 비준' 절차를 규정한 조항이지, 남북합의서의 범위를 '정의'한 게 아니다. 남북관계발전법을 통틀어 어떤 합의가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지 규정한 조항은 4조(정의) 뿐인데, 여기엔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단서는 없다.

정부가 이번 판단을 통해 판문점 선언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문서로 해석한 셈인데, 9·19 남북 군사합의의 근거가 된 게 판문점 선언이란 점에서 역시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9·19 군사합의의 정식 명칭 자체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다. 판문점 선언이 일종의 상위법 개념인 셈인데, 이를 무시한 채 9·19 합의만 효력 정지해 행동에 옮기는 것은 향후 법적 쟁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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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서명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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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포함 포괄적 검토해야



당초 법조계에서 법적 논란의 소지 없이 확성기를 재개하려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는 물론이고, 남북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한 6·4 합의(2004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7·4 남북공동성명(1972년)까지 포괄적으로 효력 정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합의에 대해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부칙에 따르면 해당 법이 시행된 2006년 전에는 "국회 동의를 받아 체결·비준한 남북합의서"만 인정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는 2006년 이후 체결된 남북합의서는 이런 기준에 미치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뜻이라 역시 판문점 선언을 제외한 정부 논리에 허점이 생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본문에 명시된 대로 '남북 간에 문서 형식으로 체결된 합의서'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합의서로 남북합의서를 한정할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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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한편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기한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로 정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통령은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남북 간 신뢰 회복'이라는 추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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