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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44명 다 있다” 밀양 성폭행 가해자 3명 공개돼 휴업·해고… 사적 제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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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A씨(왼쪽)과 C씨.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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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20년만에 한 유튜버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사적 제재에 불이 붙었다. 이들의 실명, 직장 등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들이 다니는 직장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계정 등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일부는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직장이 잠시 문을 닫는 결말을 맞았다. 현재까지 3명의 정보가 공개됐는데, 이 유튜버는 가해자 상당수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히는 등 추가 폭로를 시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 올라온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유튜버는 해당 영상을 시작으로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근황을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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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브 채널에 맛집으로 소개된 경북 청도군의 한 식당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가 근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청도군의 해당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채 문이 닫혀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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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자 운영 식당, 맛집으로 돈 끌어모아” 20년만에 근황 공개

영상에서는 사건 주동자인 30대 남성 A씨가 청도군 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백종원이 이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튜버는 “이 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져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당 가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꼬리 자르기 한다. 주동자는 현재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더라”고 했다. A씨는 자신에 관한 신상을 공개한 영상을 ‘개인 정보 침해’ 등의 사유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식당 리뷰에는 별점 1개가 잇따라 달리는 ‘리뷰 테러’가 이어졌고, 식당 관계자는 “아버지가 A씨를 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추가로 해당 식당이 불법건축물에서 영업해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청도읍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식당은 휴업 상태에 들어갔으며 외부 안내문에는 “2024년 6월 3일부로 가게 확장 이전을 위해 당분간 휴업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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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성폭행 사건 관련 가해자들을 옹호했던 현직 경장을 비난하는 글./○○경찰서 온라인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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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건 당시 가해 학생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글을 올린 현직 경찰 B경장도 재조명됐다. B씨는 2010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경남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경찰이 된 이후에도 2012년 사과문을 낸 바 있다. 경찰이 된 이후 이름을 바꾸고 가정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2일 B씨가 근무하는 경남의 한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글이 다수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B씨의 과거 행적을 비판하며 경찰서의 대응을 요구했다. “이 경찰서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을 진급시켜주나요” “여기가 과거에 죄짓고 이름까지 개명한 사람이 경찰 하는 곳인가요? 위장술 아주 칭찬합니다” 등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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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두 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남성을 해고 조치했다고 밝힌 직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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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끌며 호화생활” 두번째 공개된 가해자, 해고당해

A씨 신상을 공개한 지 이틀만인 3일 나락보관소는 또 다른 가해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C씨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C씨는 경남 김해의 한 외제차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주말에는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C씨는 인스타그램에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어무이,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드릴게”라고 적기도 했다.

유튜버가 공개한 C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바로 사라졌지만, 네티즌들은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아내 비난 댓글을 올렸다. A, B씨와 마찬가지로 C씨가 근무하는 외제차 전시장도 네티즌의 항의에 직면했다. 포털 사이트 리뷰에는 별점 테러가 잇따랐고, 해당 전시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외제차 전시장 측은 사건 하루만인 4일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해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C씨는 현재 연락 두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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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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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튜버는 가해자 상당수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네티즌이 댓글로 “(가해자) 44명 전부 자료수집 다 해놓고 영상 업로드 시작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머지들은 다 흔적 지우고 잠수 탈 듯”이라고 질문하자, 이 유튜버는 “다 있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앞으로도 가해자의 신상 공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적 제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사법 불신이 사적 제재를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신상 공개 엄연히 불법인데 홍위병과 다를 게 없지 않나” “혹시라도 엉뚱한 사람이 지목돼 피해를 보면 어떡하나” 등의 반응이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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