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마을 조성 특별법 공동 발의
미국 최초 은퇴자도시 애리조나 선시티 전경. 선시티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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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부동산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손잡고 '은퇴자마을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은퇴자들의 지상 낙원으로 유명한 미국 최초의 은퇴자도시 '애리조나 선시티'(Sun city)와 같은 대규모 시니어타운을 국내에도 들이겠다는 구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여야 의원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국회 때만 해도 대립하던 여야가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터라 법 통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 모두 가파른 고령화 추세에 주목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현재는 20% 안팎이지만 2070년엔 47.5%로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사회가 될 걸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고령 인구 전용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체 고령 인구는 927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0.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게 바로 은퇴자마을이다. 기존 실버타운이나 노인요양시설과는 다르다. 실버타운은 건물 한 동에 여러 시설을 모아 놓은 수준이지만 은퇴자마을은 주거 외 의료, 오락, 운동 등 여러 커뮤니티 시설을 한데 모은 1만 가구 규모의 시니어 전용 도시를 일컫는다. 가구 수만 따지면 웬만한 미니 신도시급이다.
우리나라에선 은퇴자 도시가 생소하지만 이미 여러 선진국에선 자리 잡은 개념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전역에 2,000여 개의 시니어타운이 설치돼 있다. 1960년 문을 연 애리조나 피닉스 근교의 선시티는 여의도 13배 면적인 약 38㎢ 대지에 골프장, 병원 등이 갖춰져 4만 명의 노인이 노후를 보내고 있다. 19세 이상부터 거주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 중 최소 한 명은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편의시설을 잘 갖춘 건 물론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부동산 세금이 낮고, 거주민이 이사회를 구성해 은퇴자 중심의 자치 모델로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맹 의원은 "고령화 시대는 더는 미뤄서는 안 되는 사회문제"라며 "특별법 제정으로 한국형 은퇴자 도시 도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는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여러 규제 탓에 이를 뒷받침할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게 걸림돌이다. 일본만 해도 시니어타운 역사가 40년이 넘는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규제 완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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