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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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정 현안 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추정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했다.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의 최대 추정 매장량은 1998년 발견돼 2004∼2021년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한 동해 가스전의 311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용량을 기준으로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르면 2035년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를 발표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석유 관련 종목이 급등하는 등 시장과 여론이 크게 들썩였다.
물론 신통한 결과를 기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실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탐사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로 예상되는데,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실패 가능성이 더 크다. 석유가 나오더라도 채산성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지만 굳이 국정 브리핑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총선 참패 이후 소통 쇄신 차원에서 시작한 브리핑이라면 복잡한 이슈를 두고 종합적 시각에서 설명하며 국민 이해를 구하는 자리여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브리핑 시작 8분 전에 내용도 알리지 않은 채 일정을 공지했고, 대통령은 깜짝 발표 후 4분 만에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다. 그때와 지금은 기술 수준이 다르겠지만 매장량과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윤 대통령은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발표 과정에서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호들갑을 떤 것은 정부다. 만에 하나 예상이 어긋나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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