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촌놈 맞아요" 농촌 부흥 꿈꾸는 '버라이어티 파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년 농부 오 모 씨

"농사짓는다고 하니 무시를 많이 받았어요. 시골에 산다고 하면 안타깝게 보는 색안경 낀 시선들이었죠. 저는 그게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도대체 왜 그런 인식을 갖지? 농사짓는다고 꼭 가난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자신을 '강원도 촌놈', '시골 사람'이라고 스스럼 없이 소개하는 오 모(29) 씨는 '대농의 꿈'을 이룬 청년 농부입니다.

콩 5만 평, 고추 1만 평, 옥수수·호박 각 2천 평 농사를 짓는 그는 인제군 남면 남전리 햇살마을에서부터 1시간 거리에 있는 홍천까지 가서 부지런히 농사를 짓습니다.

"도시에서 살면 기가 빨린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심했어요. 나한테 정말 딱 맞는 직업은 농사 외에는 없더라고요." 오 씨가 대농의 꿈을 키운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오 씨는 "어느 날 아버지와 밭일하는데 갑자기 그냥 가시는 거예요. '아빠 어디가?'라고 물었더니 지금 속초에 숭어 떼가 들어와서 숭어 잡으러 가야 한대요. '아, 농사가 이렇게 자유로운 직업이구나' 그때 충격을 받았죠"라고 회상했습니다.

여기에 자연과 함께한다는 장점, 자신이 길러낸 농산물을 소비자가 좋아하는 모습에 오 씨는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홍천농업고교와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2017년부터 농업에 본격적으로 종사한 지 어느덧 8년 차입니다.

지금은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 농산물을 납품하고,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도 품질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인정받는 농부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갖기 위해서는 규모화가 필수라고 여긴 오 씨는 농한기가 되면 트럭에 과일과 술을 몇 박스씩 싣고 땅을 빌리러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친구가 찾아와 농사지을 땅을 빌려달라고 하니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코웃음 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야무지게 농사짓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때부터는 오히려 땅 주인들이 오 씨에게 먼저 선뜻 땅을 내어줬고, 그중에는 "내가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지어달라"는 땅 주인도 있었습니다.

'인력 수급' 역시 농지 임차만큼 어려웠습니다.

오 씨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확 철이면 하루에 인부만 40∼50명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더는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 씨가 2017년부터 유튜브에 농부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며 '버라이어티 파머'를 시작한 것도 농촌 소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맞닿아있습니다.

"유튜브에 농업 또는 농사를 검색해도 아무런 콘텐츠가 없었어요. 왜 농사는 재밌게 풀어나가는 사람이 없을까 고민하고, 농촌에 대한 인식개선은 물론 청년 농업인들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오 씨는 유튜브에 구독자를 2만 명 이상 확보한 국내 최초 농업인 유튜버로서 농업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가치를 전파했습니다.

그는 2019∼2020년 인제군4-H연합회장을 맡아 도심 청년들을 대상으로 농촌을 체험하고, 그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출강에 나서 귀농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여러 방송을 통해 '청년 농부의 삶'이 조명되자 귀농을 고민 중인 청년들이 종종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인제군청년농업인영농조합을 세워 드론 방재를 도맡으며 방재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가려움을 긁어주고 있습니다.

오 씨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젊은 청년들의 유입이 필수라면서도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농업은 자금 회전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직장생활과 달리 안일한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가는 농사를 망쳤을 때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어느 사업보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진=오 모 씨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