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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국내보다 국외 증시로 눈 돌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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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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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 증시는 또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4, 8% 오를 때 코스피는 2% 하락했다. 독일 닥스 지수도 3% 오른 터다. 1월에 나타난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 지난달 재연됐다. 올해 초부터 5개월 간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본 증시만해도 같은 기간 두자릿수 올랐다.



이러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국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건 자연스럽다. 올해 중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50억달러 넘게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고, 국내 주식은 약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국외 주식 비중은 계속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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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시장 이동’은 시기마다 달라지는 시장별 매력도를 반영한 결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들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개인투자자들 전체 투자의 90%는 미국 주식, 그중에서도 ‘매그티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했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형성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 인공지능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의 압도적 경쟁력에 대한 기대가 자금 이동의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독일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것은 이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들은 왜 국내 증시에 실망하고 있는가. 크게 보면 제도적 불확실성과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란 열쇳말로 실망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공매도 제도나 세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초기에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으나, 지금은 당근과 채찍이 분명치 않다는 평가로 기대감이 수그러들었다. 공매도나 금융투자소득세와 같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제도에 대해 정부와 국회 내 많은 인사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제도 불확실성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기업 측면에서는 생산성 저하 우려가 불거져 있다. 혁신 기업들의 생산성마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국내 증시 대표 기업의 역사상 첫 파업 예고 뉴스가 나오면서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가 요원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올해 증시 환경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수출 증가세와 무역수지 흑자 행진으로 우리나라 경기는 완만하지만 회복 국면 초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또 우리 경제의 큰 축인 반도체 산업 경기 역시 회복 국면에 들어선 터다. 실제 올 1분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이상 늘었다. 애널리스트들도 올해 기업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또한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잇따른 부양 정책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는 이전보다 오히려 완화됐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의 증시 상승 압력을 상쇄하는 여러 요인들이 여전한 탓에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한다. ‘탈 국내 증시’는 다시 국내 증시의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비중을 높여 놓는 게 유리해 보인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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