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잇달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보험회계에 적용되는 '예실차'(예상 지급 보험금과 실제 지급 보험금 간 차이)나 보험서비스 계약마진(CSM)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상각률 등에 따라 손익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고무줄 회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분기 결산이 나오는 8월 이전까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 1분기 예실차는 -14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86% 늘었다. 삼성생명 예실차는 지난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77% 증가했고 4분기에는 484.6% 감소하는 등 편차가 심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험금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뺀 숫자다. 추정 보험금은 보험사마다 기존 계약자의 상품 유지율이나 손해율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계리적 가정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예실차가 플러스(+)라면 보험사 예측치보다 보험금이 적게 나갔다는 뜻이고 이때 해당 분기에는 이익이 그만큼 늘어난다. 반대로 마이너스(-)라면 실제 보험금 지급이 예상을 웃돌아 이익 역시 줄어든다.
이 같은 예실차 변동이 과도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이 부정확하다는 신호일뿐더러 보험사 실적을 예상하기 어려워져 투자자나 보험계약자 등의 혼란까지 커질 수 있다.
예실차 변동폭 이슈는 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모든 보험사가 직면한 이슈다. 한화생명은 1분기 예실차가 직전 분기보다 405% 감소한 -1010억원이었다. 삼성화재는 작년 2~3분기 장기보험 예실차 증감률이 두 자릿수였지만 작년 4분기에는 직전 분기보다 216%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반대로 172%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실차가 어느 정도 일관된 흐름을 보여야 회계 신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안정적인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보험사의 예실차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유럽 최대 보험사 알리안츠는 작년 1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예실차 증감률이 대체로 두 자릿수 초중반대였고 절댓값도 줄어드는 추세다.
CSM 역시 보험사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SM은 보험을 팔 때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뜻한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100원짜리 보험을 팔았을 때 현재 가치 기준 향후 비용이 78원이라면 CSM은 22원이 된다. 보험계약은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효력을 지닌 장기 계약이다 보니 이에 따른 이익도 매해 이를 쪼개 반영한다. 이익을 해마다 반영하는 비율을 '상각률'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상각률이 보험사마다 달라 논란이다.
초기에 높은 상각률을 적용하면 전체 이익이 같더라도 보험사 장부에 기록된 이익이 커지고 추후에는 반영되는 이익이 작아진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CSM 상각률을 매해 균등하게 적용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같은 100원이라도 먼 미래의 100원이 지금 가치로는 100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로 CSM 초기 상각률이 높게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면 CSM을 초기에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CSM 상각률 산정 시 할인율을 반영하지 않고 매해 균등하게 상각하면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세전이익이 31%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역시 지난해 기준 세전이익이 각각 20.9%, 12.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이익 규모 차이는 회계상 반영 시점이 언제냐는 이슈일 뿐이고 전체 보험기간 이익은 동일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훼손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영신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