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무사령부 예방의학과 소속 군의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지난 4월 국제학회지 ‘군 의학(Military Medicine)’에 ‘한국군의 온열질환 현황 분석 및 평가’ 논문을 발표했다. 군 온열질환 관련 첫 연구이다. 연구팀은 국방의료통계 정보시스템과 국군의무사령부 열(熱) 상해 감시시스템 자료를 활용했고 국군의무사령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 이 논문은 강찬수 환경신테믹연구소장이 5월 29일 환경뉴스 사이트 ‘강찬수의 에코파일’에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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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열(熱) 상해 환자는 1199명이다. 열 탈진이 831명(69.3%)으로 가장 많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극심한 무력감, 근육 경련 증세를 보인다. 다음으로 열 피로 118명, 열사병·일사병 97명(8.1%), 열 실신 79명, 열 발작 62명 등이다. 열사병은 질병청이 가장 위험한 온열질환으로 분류한다. 뇌 중추신경의 체온조절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40도 넘게 올라간다. 다발성(여러 개) 장기 손상과 기능 장애를 초래하고 치사율이 30~40%에 달한다.
연구팀은 군 의무부대와 군병원에서 온열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를 집계했다. 2018년 1249명, 2019년 1250명, 2020년 846명, 2021면 1028명, 2022년 1109명이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환자 집계(지난해 2818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군 병원에서 입원 진료를 받은 환자를 중증으로 분류했다. 1.1~1.8%가 해당하며, 2022년 기준으로 2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만 98일 입원치료를 받은 25세 병사의 심각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병사는 지난해 8월 25일 행군 도중 열 실신 의심증세로 입원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심전도 등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가 5일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전증 장애에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악화했다. 지속적 신장기능 대체요법과 기계적 인공호흡 치료를 받았다. 저산소성 뇌 손상, 급성 췌장염, 패혈성 쇼크가 이어졌고 기관 절개술과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다. 11월 초 투석을 중단했고, 그 달 30일 퇴원했다.
차준홍 기자 |
차준홍 기자 |
지난해 온열질환은 육군에서 86.5% 발생했다. 장교 37명(3.1%), 부사관 149명(12.4%), 병사 875명(71.9%) 등이다. 병사 중에는 일병 320명(26.7%), 이병 219명(18.3%), 상병 204명(17%), 병장 74명(6.2%) 순이며 훈련병도 58명(4.8%)이다. 열 손상 사례는 5월에 시작해 7월 최고조에 이르고 9월까지 이어진다.
연구팀은 또 군 부대 내 온열질환자 숫자가 과소 평가되거나 과소 보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훈련 도중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그늘에서 쉬고, 다리를 높이며, 상의를 벗기는 게 필요하다”며 “수분을 보충하고 얼음판이나 얼음주머니로 심부체온(심장·방광 등 신체 내부기관의 온도)을 최대한 즉각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얼음주머니가 따뜻해지면 즉시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면서 이러한 냉각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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