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실손보험의 '풍선효과' (上)
━
안과에 웬 정형외과 의사?…'1시간 시술에 1000만원' 실손 이렇게 샜다
━
주요 항목별 실손 급여·비급여 보험금 총액 추이/그래픽=이지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백내장 수술 전문 병원인 A안과는 고액의 다초점렌즈(백내장) 비용을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전받기 어려워지자 정형외과 의사를 고용해 골수 줄기세포 무릎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해당 시술에 필요한 시간은 약 1시간, 특별한 부작용도 없지만 1000만원이 넘는 비급여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받기 위해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고 있다.
실손보험 비급여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다. 백내장 치료가 법원 판결 등으로 보험금이 감소했지만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등장하면서 보험금이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청구 중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은 152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7.4% 증가했다.
영양제 등 비급여주사제 실손 비급여보험금 추이/그래픽=이지혜 |
비급여 주사제에서 급여(본인부담금)를 제외한 비급여 보험금만 분리하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는 2023년 1분기 61.4%, 2024년 1분기 49.1%로 더 높다. 지난해 비급여 실손보험금 상위 5개 항목을 보면 비급여 주사제가 28.9%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전년(23.5%)보다 5.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그동안 1위였던 물리치료 항목을 넘어섰다.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이 급증한 이유는 신규 비급여 항목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줄기세포 무릎주사는 안과, 내과, 한방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술 건수와 시술비용이 급속히 늘고 있다. 올 1~3월 동안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총 4개사의 줄기세포 무릎주사 실손지급보험금은 8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하반기(7월~12월) 청구 금액(76억원)보다 17% 증가했다.
비급여 주사제 중 줄기세포 무릎주사 실손지급보험금 현황/그래픽=이지혜 |
주사제뿐 아니라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의 급여·비급여 보험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분기 4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억원(8.6%)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1032억원(30.5%) 증가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로 고액 치료가 불가능해진 백내장의 비급여 보험금은 급감했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4개사의 백내장 수술 비급여 실손 지급 보험금은 지난해 156억원에 그쳤다. 2022년(3415억원)에 비해서는 95.4%, 2021년(4692억원)과 비교하면 96.7% 급감했다.
실손보험은 급여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해주는데 급여는 건강보험료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누수 요인이 크지 않다. 반면 비급여는 별도 관리체계가 없어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로 이어진다. 일부 의료기관의 수법은 점점 대범해지고 있다. 실제 한 의원급 병원은 병원 건물 다른 층에 피부미용 관리센터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환자들에게 피부 미용과 마사지를 해주고 보험금 청구를 위해 도수치료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환자가 병원에 간 횟수도 부풀렸다. 병원이 이런 식으로 실손보험금을 가로챈 금액이 20억원이 넘고 병원장은 구속됐다.
비급여 의료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하고 횟수, 양 등도 제한이 없어 맘만 먹으면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동일한 치료인데도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는 수백 배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 기준 초음파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은 5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지만 990만원을 받는 곳도 있어 최대 198배의 차이를 보였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과잉 청구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로 인해 실손보험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약 2조원으로 1년 새 4400억원 늘었다. 결국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이 부담은 일반 선량한 소비자가 안게 된다.
━
'800만원 지인 할인'까지 받은 무릎주사…다른 병원선 200만원?
━
줄기세포 무릎주사 비급여 추이, 백내장 수술 비급여 추이/그래픽=이지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5세 여성A씨는 평소 무릎이 아팠다. 지인을 통해 한방병원에서 줄기세포주사를 맞으면 시간도 짧고 비용도 실손의료보험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부르는 가격은 양쪽 무릎에 1250만원. 비싸다고 하니 지인 할인을 400만원 해줬다. 6개월 치 한약도 같이 처방하고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결과 250만원이 지급됐고 A씨는 병원에 항의했지만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으라는 황당한 답변만 받았다.
실손보험의 과잉 진료 행태를 보면 모럴해저드 수준을 넘어선다. 수익 창출에 눈이 먼 일부 의료기관으로 인해 실손보험금이 급증하고 환자에게 비급여 금액과 보험적용 여부 등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일반 소비자의 피해도 늘고 있다.
최근 실손보험 청구액이 늘어난 골수줄기세포 치료술은 무릎 관절을 이루는 뼈와 뼈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서서히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뼈와 주변 인대 등의 통증과 변형 등이 발생하는 경우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엉덩이뼈(장골능)에서 채취한 자가 골수를 원심 분리하고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를 주사하는데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후 최근 의원급 1차 병원에서 고가 비급여 의료비를 부과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동일 치료인데도 B보험사에 청구된 시술 비용을 보면 최소 200만원~최대 2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C의료기관의 경우 전문 브로커가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환자가 시술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거나 지인 소개로 내원시 1400만원 비급여 시술 비용에서 800만원을 할인하는 등 환자 유인 알선 의심 행위도 다수 드러났다.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는 연골 재생이 아니라 통증완화와 기능 개선이 목적이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연골재생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광고해 의료법 위반의 소지도 제기된다. 특히 신의료기술 소위원회에서 안전성 검토 결과 부작용과 이상 반응의 발생률이 높지 않지만 비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보장받기 위해 호텔급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하는 의료기관들도 늘어난다.
실제로 무릎주사는 총 보험금 청구 중 비급여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의료기관이 수가 제한이 있는 급여 대신 가격 제한이 없는 비급여 항목으로 치료비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4개 보험사의 올해 1분기 줄기세포 무릎조사 실손보험금은 비급여 부문이 83억원으로 전체 금액(89억원)의 93.3%를 차지했다. 한때 실손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백내장 수술 역시 비급여 비중이 2021년 90%로 높았으나 고액 청구가 불가능해진 지난해는 32.2%로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비급여의 비중은 56.9%로 급여(43.1%)보다 13.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과잉 진료를 넘어 병원과 환자가 짜고 실손보험금을 빼돌린 사건도 있다. D병원장과 원무부장, 피보험자 등은 의도적으로 현금을 빼돌렸다. 가령 치료비가 100만원이면 병원은 현금영수증을 200만원 발급해준다. 피보험자는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수령하고 차액인 100만원을 병원과 피보험자가 나눠 가지는 식이다. 병원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만원의 현금 영수증은 취소하고 100만원으로 영수증을 재발행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