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로 봐야”
파업 명분 흔들… 화물차 등도 영향
레미콘노조 “종속성 가진 근로자
업체 폐업전까지 계속 계약”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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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레미콘 운송노조)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첫 결정이 나왔다.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 집단운송 거부 등 단체행동의 명분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결정은 레미콘 운송노조와 성격이 비슷한 화물연대 및 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지부의 노조 지위나 파업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노동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달 1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레미콘 운송노조가 삼표기업 등 경기권 레미콘 제조회사 111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기업)는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으면 그 사실을 사업장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경기지노위가 신청을 기각한 것은 레미콘 운송노조를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경기지노위는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근로자보다 개인사업자 성격이 짙다고 봤다. 지노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레미콘 운송기사는 고가의 레미콘 트럭을 소유한 자들로 임금노동자라기보다 개인사업자의 성격이 매우 강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지노위는 2006년 ‘레미콘 운전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법원은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차량의 명의와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이 운송 실적에 기초한 운반비를 지급받는다”며 “사업자등록을 해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는 점을 비춰 볼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18년간 지속적으로 노조 지위를 주장해 왔지만 이번 경기지노위 결정으로 대법원 판단이 다시 한 번 재확인된 것이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믹서트럭을 가지고 있지만 한 업체와 계약하면 그 업체가 폐업하기 전까지 꾸준히 계약을 맺어 종속성을 가진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은 18년 전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다시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노조는 다음 달 경기지노위 결정문을 받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할 계획이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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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으로 당장 레미콘 운송노조의 파업 명분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노조는 1∼2년 단위로 이뤄지는 운송비 단가 협상에 앞서 연례 행사처럼 파업을 진행해 왔다. 2022년 10월에는 16일 동안 서울 도심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다. 이달에도 제주에서 7일 동안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며 건설 현장이 셧다운됐다. 레미콘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경기지노위 결정 이후 레미콘 운송노조가 노조법상의 근거 조항들을 뺀 채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노조 스스로 단체행동이 당당하지 못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레미콘 운송노조가 스스로 단체행동 명분을 없애는 자충수를 뒀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는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의 개인사업자 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물연대나 건설기계지부 소속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화물차나 굴착기를 소유한 개인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3월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 중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불법 행위는 없는지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따져보겠다”고 한 바 있다. 배병두 삼정노무평가법인 노무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노조의 집단 운송 거부는 정당하지 않은 쟁의 행위로 노동조합법상 민형사 면책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근거가 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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