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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한강벨트 뒤집힐라” 文정책 뒤집는 野의원들…‘1주택 종부세 폐지’ 힘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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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강동·영등포·성동·동작
종부세 대상자 2만명 넘어
“세부담에 표심 뒤집힐 뻔”
종부세 개편 내부검토 나서

집값 치솟아 도입 취지 퇴색
1주택 실거주자까지 부담


매일경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들이 종부세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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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청구인들이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목적이 정당했고 세금 부담 정도가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되며 진보 정권 부동산 정책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그러나 재산세와 중복되는 ‘이중 과세’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고 특히 1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은 상태다.

헌재의 합헌 판결에도 정치권에선 1주택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같은 의견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서울 ‘한강벨트’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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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준 의원 [사진 = 연합뉴스]


매일경제가 ‘한강벨트’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중·성동구, 영등포구, 강동구, 동작구, 광진구 등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주택자 종부세 폐지’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없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박성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고민정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종부세 폐지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장을 했다.

1주택 종부세 폐지에 긍정적인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종부세 개편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한강벨트 의원들은 “당내 논의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종부세 완화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의원은 “찬성에 가까운 유보 입장”이라며 “고가 1주택자와 저가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조정할 수 있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강벨트 의원 중에는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고민정·정청래 의원, 수석대변인을 맡은 이해식 의원, 지난 총선에서 핵심 실무를 맡은 김병기·김민석 의원 등 당내 실세들이 포진돼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뒤집고 종부세 재검토에 들어간 배경에는 지역 주민들이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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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벨트로 불리는 마포구(2만6082명), 강동구(2만4329명), 영등포구(2만4222명), 성동구(2만2942명), 동작구(2만1424명) 등은 일제히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2022년 기준으로 2만명 선을 넘었다.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던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한강벨트는 승패가 아슬아슬하게 갈렸던 만큼, 이참에 서울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부세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85㎡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서민 경기가 여전히 어려워 장사가 예전만큼 잘 되지 않는데, 종부세 부담까지 겹쳐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1주택자 B씨는 2년 전부터 종부세를 내기 시작했다. B씨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자는 종부세 본래 취지와 달리 이제 서울 주택 상당수는 세금 대상이 됐다”며 “수익형 부동산도 아니고, 집은 순전히 주거 생활을 하기 위한 곳인데 세금을 내게 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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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헌재에서는 종합부동산세의 납세 의무와 기준 등을 정한 종합부동산세법, KBS 수신료 분리 징수의 근거 조항인 방송법 시행령,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게 대체 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병역법·대체역법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을 비롯해 헌정사 최초 ‘검사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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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전가되며 종부세의 도입 취지마저 퇴색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종부세 대상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자산 보유자를 겨냥해 무차별적인 징벌적 과세에 나서며 급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9만7000명에 그쳤던 과세 인원은 2022년 128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3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 납부 세액은 1조7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4배 늘었다. 문 정부가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면서 세율(0.5~2.7%->0.6~6.0%)까지 높인 영향이 직접적으로 미쳤다. 특히 1주택자 실수요자 타격이 컸다. 종부세를 납부한 1주택자는 이 기간 3만6000명에서 23만5000명으로 더 빠르게 늘었고, 1주택자가 낸 종부세액은 15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종부세 부담은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진정되는 국면이긴 하다. 윤 정부가 종부세 최고세율을 6%에서 5%로 내리고, 1주택자 기본 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며 납세자는 지난해 49만900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주택 종부세 과세 인원은 11만1000명에 달하는 등 실수요자 부담이 가중된 현실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종부세 재검토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선거 때부터 1주택자의 부담 완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며 “완화의 방법으로 종부세 폐지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의 정책 주도권이 약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보수 진영의 이슈까지 선점하려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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