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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당헌 개정으로 이재명 연임 길 닦는 민주당…‘일극 체제’ 강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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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의원총회서 당헌·당규 개정 시안 공유

‘대선 1년 전 대표 사퇴’ 예외 조항 두기로

‘대통령 궐위’도 예외 조항에 명시 하기로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내용도 삭제

“총재 시절 보스 정치로 귀화” 비판 목소리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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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을 선거일 1년 전까지로 규정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정부패 연루자의 직무를 자동으로 정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삭제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22대 총선 과정부터 이어진 이 대표 ‘일극 체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0일 22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개정 시안 내용을 공유했다.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당헌·당규 개정 시안 검토’ 문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우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할 경우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유지하는 대신 전국단위 선거 일정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시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규정으론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뒤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26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시안은 “2026년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사퇴시한 변경 예외 조항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사퇴하도록 한 규정은 당권과 대권을 특정인이 모두 독식하는 폐해를 막고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총재 시절 보스 정치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헌이 시안대로 개정되면 이 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총선에서 불거진 ‘비명횡사’ 논란이 지방선거에서도 재현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미애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낙선을 계기로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는 더 강하게 당을 장악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다시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대통령 궐위 사태를 대표 사퇴시한 변경의 ‘상당한 사유’로 제시했다. 개정 시안에는 대표 사퇴 시한과 관련해 “현행 당헌에서는 대통령 궐위 등 국가 비상상황 발생 시에 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아 미비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시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연임을 두고는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 전체의 여론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7일부터 29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이 대표 연임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9%로, ‘적절하다’는 답변(39%)보다 10%포인트 높았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7%가 이 대표의 연임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1항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시안은 “현행 규정은 깨끗한 정치를 향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제정됐으나, 정치검찰 독재정권 하에선 부합하지 않다는 당 내외 여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종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이 대표를 지키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 규정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한 상태다. 개정 당시 이 대표 기소시 직무정지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이란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TF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이 전날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고,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기존 60 대 1에서 20 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5선 안규백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시대에 흐름에 맞춰 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유권자들이 다 당원은 아닌데 의장 선출 경우엔 상황이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20% 수치가 과하다는 의견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론을 위반한 인사에 대해 징계 경력을 공천 부적격 심사 기준에 반영하는 안도 포함됐다. 당의 결정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다른 행보를 보이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억압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든 대목이다.

자당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면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2의 폐지도 건의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규정으로, 시안은 “부정부패사건 등 중대한 잘못에 따른 재보궐선거가 아님에도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필요한 비판에 놓이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자유토론 없이 당헌·당규 개정 시안 보고 절차만 밟았다. 이 대표는 향후 선수별로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난 뒤 관련 질문에 “그래서 논의를 해보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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