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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서초금연코칭단 “동네 누비며 금연 알리는 ‘우리는 금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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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초구, 2019년부터 ‘간접흡연 피해 예방’ 위해 주민 참여 사업 운영

동별 2인1조로 36명 해마다 위촉, 동네에서 계도하며 지원센터 알려





단속과 함께 시너지 효과…흡연율 11% 서울 자치구 최저




코칭 대화법과 금연 필요성 공부

흡연자 불만과 고충을 들어주면서

금연 의지 갖도록 문화 만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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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적극적인 금연 정책과 함께 2019년부터 주민 참여 사업 ‘서초금연코칭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구는 해마다 30~60대 주부 등 동별 2명씩 36명을 위촉한다. 단원들은 2인1조로 주 2~3회 각 2시간씩 동네를 누비며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계도, 금연 클리닉 안내 등의 활동을 펼친다. 5월16일 오전 서초동 장안어린이공원 앞에서 단원 3명이 지나가는 주민에게 금연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우, 백지연, 양승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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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세계 금연의 날’이다. 보건복지부 주최 기념행사에서 서초구는 지역사회 금연사업 우수사례로 장관표창을 받는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3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흡연율이 11%로 가장 낮다. 서울시 ‘금연도시 서울 만들기’ 성과대회에서 지지난해, 지난해 연속으로 최우수상도 받았다. 서초구의 금연환경 조성에는 동네를 누비며 금연문화를 만들어가는 ‘서초금연코칭단’이 함께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침에 한 번 돌았더니 오늘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훨씬 적네요.” 지난 16일 오전 연두색과 갈색이 섞인 서초금연코칭단의 조끼와 초록색 모자를 쓴 박영우(49)씨가 말했다. 박씨는 이날 서초3동 꽃마을1 소공원 근처에서 단원인 백지연(33)씨와 양승남(57)씨를 만나 함께 계도 활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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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3동 꽃마을1 소공원 옆 흡연 부스 밖에 있는 흡연자들에게 금연 홍보물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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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 여성 단원이 활동한 소공원 근처는 평소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잦은 곳이다. 아파트와 상가, 빌딩이 섞여 있는 이면도로에 있는 탓에 인근 회사원들이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수시로 나와 담배 피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흡연자들은 금연구역 경계선이나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주변에 어린이집, 그림책도서관, 고등학교, 마트 등 여러 시설이 있어 지나다니는 이들의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볼멘소리가 늘 있었다. 단원들은 이날 흡연자들에게 다가가 금연 홍보물을 전달하며 정중한 말투로 근처의 흡연부스를 안내했다. 일부 흡연자는 이들이 다가가면 서둘러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를 떴다. 백지연씨는 “(우리를) 피하기만 하던 분들도 네댓 차례 보면 금연지원센터 리플릿을 받아주기도 한다”며 “무조건 피우지 말라는 게 아니라 흡연구역을 알려주고 금연클리닉 안내도 한다”고 했다.

서초금연코칭단은 서초구가 2019년부터 운영하는 주민 참여 사업이다. 구는 2012년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금연관리팀을 신설하고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만들어 금연구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금연구역이 늘수록 단속원 활동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서초구는 주민들과 뜻을 모아 서초금연코칭단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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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원 앞 금연구역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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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코칭단은 해마다 동별 2명씩 모두 36명이 참여한다. 조마다 주 2~3회 2시간씩 활동한다. 20% 정도가 신규이고 나머지는 기존 단원이다. 동네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30~50대 주부가 대부분이며, 60대도 일부 있다.

서초구는 단체 상해보험과 함께 이들에게 단원증, 조끼, 모자, 방한복 등을 제공하며, 시간당 1만1500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황채연 건강정책과장은 “단원들은 지역 주민 건강을 위한 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자긍심이 강하다”며 “연합 캠페인에 전원 참여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고 전했다. 금연코칭단은 코로나19 시기에도 활동하며, 5년 동안 약 10만 명의 흡연자에게 계도 등의 활동을 펼쳤다.

올해 위촉된 단원들은 이달부터 내년 4월 말까지 1년 동안 활동을 이어간다. 활동에 앞서 서초구 보건소에서 흡연예방 교육과 금연구역·흡연민원 다발 지역 안내를 받았다. 다음달에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자체적으로는 흡연자에게 거부감 없이 금연 계도를 하기 위한 코칭 대화법 교육을 진행한다. 발족 때부터 단장을 맡은 최명희(63)씨는 “코칭 대화법을 활용해 흡연자들의 불만이나 고충을 들어주며, 스스로 금연 의지를 갖도록 도움을 주는 데 중점을 두며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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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잦은 학교 담벼락 주변에서 단원들이 금연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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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연차가 쌓이면서 서초금연코칭단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흡연자들에게 ‘우리도 돈 내고 담배 사는 건데, 어디서 피우라는 얘기냐’ 등의 불만을 자주 듣는다. ‘금연 전까지 비흡연자와 마찰 없이 흡연할 수 있게 흡연부스 마련이 필요하다’ ‘흡연부스가 좁고 공기가 나빠 이용을 꺼린다’ 등 현장의 목소리를 네이버밴드에 올려왔다. 금연코칭단의 네이버밴드에는 서초구 금연관리팀장과 주무관도 함께한다. 단원들은 활동 내용, 시간, 장소 그리고 민원과 시정 상황을 올리고 금연 안내문, 홍보물 훼손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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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지난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공원 주변 10m 이내 도로와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16일 서초동 장안어린이공원 앞에서 서초금연코칭단원 3명이 홍보물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우, 백지연, 양승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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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을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반포쇼핑타운 7동 앞에 설치했다.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하는 제연 정화장치 2대, 냄새를 차단하고 자동으로 불이 꺼지는 재떨이를 4대 비치했다. 반포동을 담당하는 단원 양승남씨는 “반포쇼핑타운 주변 상가들에 흡연자가 많아 상인들이 무척 힘들어했다”며 “구청에서 흡연부스를 만든 뒤 민원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단원들은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를 현장에서 접하면서 빗물받이 청소에도 나선다. 최명희 단장은 “환경미화원들이 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꽁초가 많다”며 “비 소식이 있으면 단원들이 담당 구역 빗물받이의 꽁초를 치우기도 한다”고 했다. 최 단장은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 인식으로 이어져 올해부터는 환경 교육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박영우씨는 “담배꽁초 문제를 알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환경정화 활동도 하게 된다”고 했고, 2년차 단원이자 30대인 백지연씨는 “아이와 함께 꽁초를 주우면서 아이 환경 교육도 자연스럽게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새로운 금연 제도를 흡연자들에게 알려 금연구역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금연구역 지킴이’ 역할도 한다. 구는 올해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에 근거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공원 주변 10m 이내 도로와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상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된 72곳의 어린이공원 주변 공공도로다. 공원 주변 사유지는 빠졌다. 3개월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 19일부터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양승남씨는 “구에서 붙인 홍보 플래카드 앞에서 안내문을 나눠주면 흡연자들이 더 조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단원들은 금연구역이 넓어지면서 계도 활동을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됐고, 담배꽁초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담배를 끊기도 하고, 계도 활동 때 주민들이 수고한다는 인사를 건네주기도 해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들은 “이웃과 지역에 보탬이 되는 활동이기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간의 활동 경험에서 금연 정책에 대한 의견도 냈다. 박영우씨는 “한번 담배를 피우면 끊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며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일찍부터 알려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했다. 양승남씨는 “흡연자들이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단기간 금연 클리닉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한다”고 했고, 백지연씨도 “짧게라도 금연을 경험해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신체변화 등 좋은 점을 체감할 수 있게 해봤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단원들이 안전하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 체계를 마련해놓고 있다. 민원인이 과도하거나 격하게 반응하면 주위에 있는 금연단속원들에게 연락해 출동할 수 있도록 해뒀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서초금연코칭단이 간접흡연 예방뿐 아니라 금연도시 서초를 만드는 데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민 건강 보호를 위한 다양한 주민 생활밀착형 금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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