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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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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믿고 내려왔는데, 최소 4년 대기?”… 해외 파견 적체에 국민연금 운용역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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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파견 적체가 날로 심해지면서 해외 근무 기대감을 안고 전주로 내려간 운용역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해외사무소 핵심 역할과 밀접한 대체투자 분야 운용역의 불만이 특히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적은 연봉과 지방 근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에 지원하는 건 해외사무소에서 글로벌 투자기관과 접촉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조선비즈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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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소속 운용역의 글로벌 투자 역량 강화를 도울 교육기관 모집 공고를 냈다. 국민연금은 교육 내용으로 ‘글로벌 투자 전문가 과정, 해외사무소 현장 실습, 해외투자 실무 실습’ 등을 주문했다. 기관 선정은 최근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기금운용본부 측은 “해외·대체투자 중심으로 인프라를 강화해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교육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 사무소에 보내기 전 역량 강화가 주목적이다.

‘2024~202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5.6%)을 달성하고자 해외·대체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말 해외주식 비중은 33%로 전년 말(30.3%)보다 2.7%포인트(p) 높아지고, 같은 기간 대체투자 비중은 13.8%에서 14.2%로 0.4%p 올라간다. 하반기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번째 해외사무소도 세운다. 국민연금이 운용역 교육에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운용역들은 심드렁하다. 조직의 해외·대체투자 확대 기조가 자신들의 해외 근무 기회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 없어서다. 불신의 바탕에는 녹록지 않은 예산 여건이 있다. 국민연금 해외사무소 관련 예산은 2022년 119억1600만원에서 지난해 84억1500만원으로 30%가량 줄었다. 올해 예산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예산 당국이 세수 부족을 이유로 국민연금 요청만큼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영 중인 해외사무소 세 곳(뉴욕·런던·싱가포르)의 정원은 2024년 기준 58명이다. 정원 자체가 너무 적다는 지적은 줄곧 있었는데, 그 정원조차도 예산 한계로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운용역은 “삭감 전 예산도 운용역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었는데, 그마저도 지난해 깎여 해외사무소 운영에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외 파견 희망자만 쌓이는 적체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운용역의 불만도 덩달아 쌓이는 분위기다. 특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근무하는 운용역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국민연금 해외사무소는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부문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대체투자에 지원하는 거의 모든 이가 해외사무소 근무를 원해서 전주행을 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파트에 속한 한 운용역은 “예전에는 2년 이상 근속하면 해외사무소에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최소 4년 이상 대기해도 쉽지 않다는 말이 돈다”며 “원하는 모두를 보낼 수 없다는 건 잘 알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조차 약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해외 파견은 지방 근무와 민간 대비 취약한 처우라는 악조건에도 수많은 투자 전문가가 국민연금으로 몰리게 하는 동력이었다. 해외 파견 적체 심화는 기금운용본부의 최대 고민인 인력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젊은 운용역들이 더 넓은 투자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우리나라 자본시장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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