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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치료받았다면…' 훈련병 사망 이면엔 열악한 지방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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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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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병 사망사건 발생한 육군 모 부대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훈련병이 열악한 지방 의료 환경으로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위중한 상태로 가장 가까운 의료원으로 이송된 훈련병은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했으나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3시간 만에 상급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군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은 군의관에 의해 체온을 낮추기 위한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이 훈련병은 같은 날 오후 6시 40분 군의관 동승 하에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속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은 있었으나 혈중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신장 등 장기에 다발성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료진은 추정했습니다.

훈련병은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였으며, 맥박·호흡·혈압 등 수치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기초 검사에서 신부전증세가 발견돼 당장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으나 의료원에는 투석기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기초 검사를 통해 장기 일부가 손상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고, 신장 투석과 같이 어느 한 부분만 손 보면 끝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의료원에 도착했을 때와 전원할 때 모두 환자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으나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훈련병을 복합성 중증 질환자로 분류한 속초의료원은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강릉아산병원과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두 곳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거듭된 전원 문의 끝에 강릉아산병원에서 훈련병을 받기로 하면서 훈련병은 같은 날 오후 9시 40분 강릉아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훈련병은 25일 오후 3시께 숨졌습니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선뜻 전원 요청을 수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시 유선으로 전원 요청이 왔고, 근무자가 의무기록을 작성하지 않아 어떤 사유로 전원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대와 가까운 지역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나 응급의료기관이 있어 곧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거나 장기화하는 의료대란 탓에 병원 간 전원이 쉽지 않았던 사정이 해소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의료대란 이후 춘천지역 대형병원 2곳 등 각 병원에서 병상이나 인력이 부족해 전원하기 어려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편, 부검 결과 사망 훈련병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육안으로는 사망의 원인이 된 병증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밀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사망한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으며, 군인권센터는 훈련병이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 상태와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료계 자문 등을 토대로 사인이 '패혈성 쇼크'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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