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난민촌 참극 다음날 응원차 방문…"美, 이스라엘 편" 강조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하마스의 작년 10월 7일 학살이 이뤄진 이스라엘 남부 노바 음악축제 현장을 27일 방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이스라엘을 방문, 포탄에 '그들을 끝장내라'(finish them)라는 문구로 이스라엘군을 응원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28일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 현충일(메모리얼 데이)인 지난 27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군 포탄에 자필로 이런 문구를 적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밀집해 있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난민촌을 공격해 무더기 희생자가 나오는 참극이 벌어진 다음날 나온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의 이날 방문에는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의 강경파 중진 의원인 대니 다논이 동행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26일 라파 서부의 탈 알술탄 난민촌에 공습을 가해 현재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치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포탄에 쓴 메시지에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사랑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은 보도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학살이 자행된 노바 음악축제 현장을 찾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운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는 이날 레바논 접경지 외에도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저지른 학살의 주무대였던 이스라엘 남부 노바 음악축제 현장과 니르 오즈 키부츠 등도 찾아 당시 공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스라엘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을 듣지 말라. 미국은 이스라엘 편"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아울러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말리기 위해 무기 지원을 일시적으로 보류한 조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를 상대로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등의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하며, 그들에게 이번 전쟁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당신은 친구이든, 친구가 아니든 양자 택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평화 활동가 알론-리 그린은 헤일리 전 대사가 이번 방문 기간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되지 않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인들의 정착촌도 방문했다고 전하며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친애하는 미국인들이여, 그녀를 (당신들 나라로) 데려가줄 수 있겠느냐"며 "우리에게는 이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있고, 죽음을 조장하는 당신들 나라의 더러운 정치인들은 필요 없다"고 적었다.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정치인으로, 하마스의 완전한 해체와 라파 정복을 주장하며 휴전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다 지난 3월 초 사퇴한 헤일리 전 대사는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다가 지난 22일에야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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