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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못 받을라”… 조속한 부동산 PF 정리 주문에 2금융권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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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며 금융사에 조속한 부실채권 정리를 주문했다. 당국의 지침에 2금융권은 “연착륙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경착륙”이라며 근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채권을 처분하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 채 사업권을 포기해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는 금융권 11개 협회 및 중앙회의 부동산 PF 실무자에게 금감원의 부동산 PF 평가기준과 사후관리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금감원은 현재 연체가 발생했거나 대출 만기 연장이 3회 이상 이뤄진 사업장 먼저 6월 중에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업성 평가에 끝내지 않고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분류된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나 상각 처리를 하도록 주문할 예정이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의 사업장 정리 실적이 부진할 시 현장점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금융 당국 기준에 맞지 않는 부동산 PF 채권을 금융사가 빠르게 처분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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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주요 개선 사항. /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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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은 금융 당국의 속도감 있는 정책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들은 조속한 채권 정리 주문 때문에 손실이 커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다수의 금융사가 당국의 지침에 맞춰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PF 채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채권 가격이 평가절하된다는 게 2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이 최소 8조1000억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2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1~2개월 이내에 부동산 PF 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쉬운 것 없는 채권매입사들이 가격을 더 낮춰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대거 손실을 경험한 금융사들이 향후 부동산 투자를 망설일 테고 향후 부동산 시장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의 정책이 성급하게 발표된 경향도 있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했다. 금융사들이 무리하게 부실채권을 보유해 금융시장에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하기 전에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 곳은 애초에 사업 가치가 떨어지는 곳이기에 매각이든 상각이든, 처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금융 당국 입장에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기 전에 금융권 체질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갑자기 금융사에 압력을 가하기보다는 금융 당국이 부동산 PF 부실채권 처분에 대해 시간을 두고 순차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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