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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집행 나선 법원 집행관들
누군가 내 집 문을 부수고 몰래 들어왔다 나간 사실을 알게 됐는데, 무단 침입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대꾸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광주에서 최근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광주 광산구 장덕동 다세대 주택 소유주 김 모(50대) 씨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김 씨는 건물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던 중 믿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반품할 택배 물건을 현관문 앞에 놓아둔 김 씨는 물건을 가져갔는지 보려고 타지에서 스마트폰으로 거주지 건물 CCTV 녹화 장면을 돌려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CCTV에는 당일 오전 9시 20분쯤 신원 미상의 남성 5명이 김 씨 거주지 바로 옆 세입자 주택 현관문을 부수고 내부로 진입한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들은 현관문 손잡이를 부수고 그 틈으로 특수장비를 밀어 넣고 전자 잠금장치를 열어 세입자 주택 내부에 진입했습니다.
2분여간 내부를 뒤진 이들은 부순 손잡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도둑이 든 것이라고 생각한 김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지구대 경찰관들에게서 들은 사건의 전말은 황당했습니다.
김 씨 건물의 세입자 주택에 침입한 이들은 광주지법 집행관과 관계자들로, 민사 판결을 근거로 채무자의 물건(유체동산)을 압류하기 위해 세입자 주택에 강제 진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압류 대상 채무자는 1년여 전 이사했고, 주택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안 집행관들은 침입 사실을 숨기기라도 한 듯 현관 손잡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돌아갔습니다.
김 씨는 압류 집행관이 실수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이를 알리는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가버린 사실이 황당했습니다.
세입자 주택 내부로 진입하는 집행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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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할 뻔했던 김 씨는 법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집행관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집행관실 측 답변은 더 황당했습니다.
광주지법 집행관실 관계자는 "민사집행법상 정당하게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집행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더라도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사전·사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답했다고 김 씨는 전했습니다.
계속된 김 씨의 항의에 상급자를 바꾼 집행관실 측은 결국 "알아서 해라. 바쁘니까 끊겠다"며 전화응대를 거부했습니다.
김 씨는 "집행관들이 오인해 남의 집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이해한다"며 "그러나 그런 실수를 하고도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태도가 화가 나 세입자와 상의해 주거침입죄나 손괴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지법은 김 씨의 민원에 "집행관의 업무처리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지만, 민원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부당하게 느낀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뒤늦게 사과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광주지법은 "민원 내용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추후 강제집행 절차에서 제삼자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집행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집행 과정에서 다른 채무자의 주거지에 들어갔더라도 이를 알려야 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집행관은 10년 이상 법원주사보, 등기주사보, 검찰주사보, 마약수사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근무했던 사람 중 지방법원장이 임명합니다.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지 않고 취급한 사건의 수수료와 체당금을 수입으로 받습니다.
집행관들은 등기부상 주소에 의존해 강제 집행을 해 2018년에도 서울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간혹 엉뚱한 사람의 집에 찾아와 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행관의 침입을 당한 이들은 억울하지만, 규정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진=제보자 제공 영상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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