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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가슴, 휴대용 X선으로 찰칵…4년간 611명 구한 '찾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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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한 노인이 '찾아가는 결핵검진' 사업으로 결핵 검진을 받고 있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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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이전에 결핵 앓은 적 있으세요?”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한 데이케어센터(노인주간보호시설). 대한결핵협회 사원 이윤아씨는 노인 46명에게 차례로 생년월일·전화번호와 같은 신상을 하나하나 물었다. 본인 확인을 마친 노인은 옆으로 곧장 이동해 휴대용 X선 장비로 가슴을 찍었다. “숨 참으세요” “편하게 있으세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이렇게 본인 확인부터 촬영까지 3분이 걸렸다. 찍은 사진은 원격으로 실시간 판독이 이뤄졌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휴대용 장비로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0.01mSv(밀리시버트)로,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허용량 1mSv의 백 분의 일 수준이라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찾아가는 결핵 검진(찾결)’ 사업을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결핵검진 사업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노숙인처럼 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찾아가 연 1회 검진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77만8198건에 이르는 검진을 했고, 결핵 환자 611명을 찾아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이나 노숙인은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라며 “발견이 늦어지면 주변에 전파 가능성이 있어 매년 결핵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찾아가는 결핵 검진 사업으로 결핵 치료를 받은 70대 김모(전북 임실군)씨는 “증상이 전혀 없어 결핵 환자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치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며 “6개월 이상 약을 먹어야 해 치료 과정이 고됐지만, 치료를 끝내고 나니 나뿐 아니라 가족 건강까지 지키게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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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결핵협회 검진팀에서 결핵 발생률이 높은 쪽방촌을 찾아 결핵 검진을 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청·대한결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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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올해 노인 16만1000명과 노숙인·쪽방거주자·무자격체류자 1만3000명 등 총 17만4000명을 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2만4655건(명)을 검진해 목표(21만8480건)를 넘겼고, 166명을 발견했다. 질병관리청은 검진을 독려하기 위해 검진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추첨을 통해 영화·카페 상품권을 주는 ‘함께 검진 프로젝트’ 행사를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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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결핵검진 현황. 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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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결핵 환자는 2022년 1만1298명에서 2023년 1만1309명으로 0.1% 늘어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결핵 환자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51%, 2022년 55.4%, 2023년 57.9%로 매년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환자(1만1309명)는 65세 미만 환자(8231명)의 1.4배였다. 조영수 서울 서북병원 결핵1과장은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결핵에 많이 걸렸던 후진국형 패턴을 보였다면 최근엔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주로 걸리는 선진국형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은 기침·가래와 같은 결핵 증상이 나타나도 결핵이라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굉장히 늦은 편”이라며 “그만큼 전염 위험이 올라간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본인이 전염원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고령화에 따라 결핵 환자 중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결핵 조기 발견과 예방이 먼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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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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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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