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0 (목)

여당 이탈표 예상했더니…되레 야권서 최소 6명 이탈했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권당에 이변은 없었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법(이하 특검법)이 여당의 철통 방어로 최종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보낸 지 7일 만이다.

중앙일보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해병대 특검법 재표결은 재석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면, 범야권에서 반대·무효·기권으로 최소 6명이 빠져나갔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이날 가결 기준은 찬성 196표였다.

특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 국민의힘에서는 전날까지 당내 특검 공개 찬성론자가 5명으로 늘면서 이탈표를 우려하는 기류가 컸다. 무기명 투표 특성상 누가 찬성했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본회의 직전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표결 결과 발표 직후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찬성표가 범야권 의석수(180석)에 여당 찬성표(5석)를 더한 185표보다 6표 적었다. 야권에서 최소 6명이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전체 의원에게 “비상 상황에 우리 의원님들께서 단일대오로 뭉쳐 주신 덕분에 특검법이 부결될 수 있었다”며 “의원님 여러분의 충정과 고뇌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반대표 숫자를 봐도 국민의힘 의석수(113석)보다 2표 적다. 황보승희 우리공화당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 여당 밖 친여 성향을 고려해도 여당 이탈표는 한자릿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여당에서는 “공개 찬성론자 중 막판에 마음을 돌린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전원 참석이 의미있다”는 말이 나왔다.

중앙일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의동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수진 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범야권이 전원 출석했다. 그만큼 특검법에 관심이 높고 결집을 한 것”(원내 관계자)이라고 평가했다. 무효 4표를 두고 “그중 3표가 사실상 ‘가(찬성)’ 쪽에 점이나 괄호를 친 것”이라며 찬성표가 실제 더 많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당초 여당 내 두 자릿수 이탈을 확신하며 “부결돼도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다”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재적 의원(296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던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만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수감 중인 윤 의원과 달리, 자발적으로 공개 기권을 택한 이 의원은 지난 2월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탈당한 반명(반이재명) 인사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컷오프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이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 공천 후유증이 일부 나타난 것 같다. 여당에 공개 찬성 5명 외 ‘샤이 찬성’ 의원이 있었다면, 범야권 ‘샤이 반대’도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불린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선·낙천한 현역 의원 중 일부가 친명 체제에 표로 반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일보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법률안을 보며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본회의는 시작부터 여야 간 기싸움으로 시끄러웠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야권 의원들은 입장 직전 회의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국민의힘은 특검법 수용하라, 해병대원 특검법 찬성하라”고 외쳤다. 회의 시작 후에도 고성은 계속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정치 편향적인 검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되었을 경우 수사와 재판 절차가 정치적 여론 재판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재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자, 민주당 쪽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꾸 거짓말하지 말라”는 항의가 터져나왔다.

반대토론에 나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군 검찰 수사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축소되고 무엇이 은폐됐나”라고 주장하자 자리에서 이를 듣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부끄럽지 않나요! 양심이 없어!”라고 소리쳤다. 찬성 토론자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이 법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오류”라고 했을 때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가) 전부 다 부정할 수 있다”고 의석에서 맞받았다. 이후 “왜 고함을 치나”, “조용히 21대 국회 마무리합시다” 등의 소란이 표결 시작때까지 이어졌다.

중앙일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총선 후 최대 현안이던 특검법이 이날 최종 폐기되면서, 윤 대통령은 정치적 허들을 하나 넘게 됐다. 여당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된 데다, 22대 국회에서 이어질 야당의 줄특검 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표결을 통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정신과 특검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여당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에 대해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여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 등 기존 주류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친윤계는 “낙선·낙천 의원을 낙하산 내려보낼 공공기관장 자리만 90곳”이라며 부결에 힘을 실었다. 다만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표결 직후 “그렇게 갈취당하고, 얻어 맞으면서도 엄석대의 질서 속에서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들”이라고 SNS에 썼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틀 뒤인 다음달 1일 이 대표 등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열린 야 6당 규탄대회에서 "오늘은 실패했지만 진실을 밝히고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의원들을 향해 채상병 특검법을 잘 부탁한다며 인사하고 있다. 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새롬·전민구·김정재 기자 saero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