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평가사에 갑질·브로커와 짬짜미’ 대출사고 반복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마을금고 올해만 3건 추가 공시

초과대출등 불법영업 끊이지않아

헤럴드경제

최근 농협은행에서 ‘담보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수백억원대 배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새마을금고에서도 조직적인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자체적인 감정평가를 부풀리거나, 외부 감정평가사와의 결탁까지 금융사의 본업무인 ‘대출’에서의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최근 전남 신안군의 한 새마을금가 지난 1월 임원 1명을 견책하고 직원 2명을 감봉했다고 공시했다. 제재 사유는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하고, 또 취득이 제한되는 물건을 담보로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도 지난 16일 각각 임원 2명과 직원 1명을 제재했다고 공시했다. 제재 사유에는 부정채용을 비롯해 ‘부당대출’이 포함됐다. 전남 구례군 새마을금고에서 지난 2월 직원 2명이 정직 제재를 받았는데, 이 건 역시 직원들이 취득제한담보를 통해 부적정 대출을 일으키고, 또 동일인대출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대출이 상호금융뿐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에서 발생된 ‘담보가치 부풀리기’ 관련 배임 사고는 5건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에서 두 건, 농협은행에서 세 건 적발됐으며 사고 규모는 11억원대에서 272억원대까지 분포돼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 3월 대구의 한 지점에서 대출을 내줄 때 개인 소득을 높여 잡아 과잉대출한 사고가 있었다. 실제 소득보다 부풀려 대출 한도를 높여줬으며 사고금액은 111억3836만원에 달한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0년 8월 말부터 올해 3월 8일까지로 공시됐다.

4월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지점에서 직원들이 동탄 소재 상가 분양자들에게 272억6501만원의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하고 대출금액을 과다하게 내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RTI는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임대수익으로 얼마나 이자를 낼 수 있는지, 임대사업자의 상환능력을 산정하는 지표인데 주거용 부동산은 RTI가 1.25배 이상, 비주거용은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해당 직원은 RTI를 더 많이 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직원의 ‘담보 가치 부풀리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먼저 내부 감정평가를 진행할 때, 은행 또는 조합 지점장 등이 조직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들어온 대출에 대해 내규를 어기고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사례다.

아울러 주택 외 토지 및 농지와 같은 담보대출을 내줄 때는 협력을 맺은 감정평가사에 대한 ‘갑질’을 통해 감정평가를 부풀리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은행은 아파트 대출을 할 때는 내부적으로 KB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 등을 활용해 담보가치를 매기고 여기에 LTV(담보인정비율)를 적용해 대출액을 산출하지만, 연립주택이나 토지, 상업용 빌딩 등은 객관적인 통계자료가 없어 감정평가사에 담보가치를 의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높이라’는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감정평가및감정평가사에관한법률 개정으로 은행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감정평가사의 독립성이 제고되기는 했다”면서도 “하지만 은행법을 개정해 은행원 처벌이 명기되지 않는 이상 둘의 결탁을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국구 영업을 펼치면서 점포수가 많은 은행의 경우 본사 차원의 내부통제 장치가 손 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점서 금융사고가 일어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점포수는 각각 799개, 1102개로 신한은행(705개), 하나은행(600개), 우리은행(700개)보다 훨씬 많았다.

당국은 상호금융의 내부통제 고삐도 조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