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드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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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셀리드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금이 필요하다며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수백억원을 조달한 지 9개월 만이다. 올해 3월에는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베이커리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신약 연구·개발 성과는 내지 못한 채 꼼수로 연명하며 주주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며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리드는 17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지난 24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을 우려해 주목도가 낮은 연휴 직전에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할 주식 수는 750만주인데, 이는 전체 발행주식 수(1360만2977주)의 절반 넘는 수준이다. 아직 기준 주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주가보다 25% 저렴한 주식을 마구 찍어내겠다는 뜻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발표 후 셀리드 주가는 전날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기존 주주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시가총액도 390억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회사 측은 주주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임상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오미크론 대응 코로나19 백신(AdCLD-CoV19-1 OMI)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수백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며, 부득이하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지난해 8월 같은 이유로 175억원을 모은 지 9개월 만에 다시 주주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격이어서다. 당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해 175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당시 주관사인 NH증권도 실권주를 받아가지 않았다.
이때 회사는 더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전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주주에게 손을 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주주 참여가 저조하더라도 750만주를 그대로 발행한다. 청약이 저조해 실권주가 발생한다면, 주관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사인 한양증권이 우선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인 강창율 대표이사 회장이 지분(12.40%)만큼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직전 유상증자에서도 강 회장은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딱 7억원어치만 청약했다.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방어할 자금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엔데믹 국면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는 데 의문을 표하는 주주들도 있다. 실제 노바백스, 화이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백신 판매 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셀리드가 수백억원을 들여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어디에 팔겠느냐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 이외 항암면역치료백신(BVAC-C)은 임상 초기 단계여서 주목도가 낮다.
당장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사업 시너지가 없는 회사를 인수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셀리드는 지난 3월 본업과 무관한 베이커리 회사인 포베이커를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려면, 올해 매출액 요건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셀리드는 지난 2019년 특례 상장 후 유예기간인 5년 동안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포베이커는 지난해 매출액 55억원, 영업손실 6억원, 당기순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 상장 후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곳들이 있어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후 주주가치를 창출하지 못해 꼼수로 상장을 유지하는, 함량 미달의 바이오텍이 많다”며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문호를 넓힌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부작용을 인지하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기준을 제대로 살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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