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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또 ‘안전지대’ 공격해 놓고···“비극적 실수”라는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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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라파 난민촌 공습 파장

‘예고된 비극’에 국제사회 경악

유엔 안보리, 28일 긴급회의 소집

경향신문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했던 가자지구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을 공습한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피란민들이 불탄 잔해 속에서 식량을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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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해 가자지구 피란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던 라파 난민촌을 공습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한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스스로 설정한 이른바 ‘안전지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의 “학살” 규탄에 “비극적 실수”라고 응수했다.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예고된 비극’에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전날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에서 민간인 최소 45명을 사망하게 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라파에서 전쟁과 무관한 주민 100만명을 대피시켰다”며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제 라파에서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정책”이라며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라파 난민촌 공습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피란민 사망에 이스라엘군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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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해 피란민 대피를 명령했던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249명이 다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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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스라엘군은 공습 이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해당 지역에 있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한 무기를 사용해 합법적인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전투가 없는 이른바 ‘안전지대’라며 라파 피란민들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던 구역이 “합법적인 목표물”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하마스 지휘관을 겨냥한 공습이었다며, 공습에 따른 화재가 민간인 사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공습 표적은 하마스 지휘관일 뿐 민간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미 여러 차례 이른바 ‘인도주의적 구역’ ‘안전지대’로 지정하며 피란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던 지역을 무차별 공격해 대피 명령에 따른 민간인들이 희생된 바 있다. 올해 초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집중됐던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를 비롯해 남서부 해안마을 알마가지, 최근 지상군을 투입한 라파 역시 이스라엘군이 한 때 ‘안전지대’로 지정한 지역들이다.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친 탈 알술탄 난민촌 역시 최근 ‘인도주의 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 동부에서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수천여명의 주민이 이곳으로 이동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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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한 영안실에서 주민들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가족을 안고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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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스라엘이 ICJ 명령에도 라파 난민촌을 공습한 데 대해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투르크 대표는 “난민촌에서 찍힌 영상은 끔찍하며, 이미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토르 베네슬란드 유엔 중동특사는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며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즉각적 조처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28일 긴급회의를 열어 라파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비공개로 열리는 이 회의는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이사국 알제리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의 이번 라파 공습을 전쟁 범죄로 조사할 것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요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스라엘에 ICJ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캐나다 역시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비판하면서 가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임시 체류 비자 발급을 5배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살해한 공습은 섬뜩하며, 캐나다는 라파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이번 공습이 하마스 지휘관을 표적으로 한 것이란 이스라엘 측 주장을 두둔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책임이 있는 하마스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죽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해왔듯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이스라엘군(IDF)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IDF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도 밝혔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 여부를 백악관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이스라엘에 공격용 무기와 폭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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