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장 킨드레드벤처스 대표
이민 1.5세대 한인 투자자
두 차례 창업 후 투자자로 변신
우버·코인베이스·블루보틀 등 투자
실리콘밸리와 한국사이 가교 역할
“실패가 명예훈장이 되는 문화 필요”
이민 1.5세대 한인 투자자
두 차례 창업 후 투자자로 변신
우버·코인베이스·블루보틀 등 투자
실리콘밸리와 한국사이 가교 역할
“실패가 명예훈장이 되는 문화 필요”
스티브 장 킨드레드벤처스 공동창업자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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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 이곳은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능력을 가진 창업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돈을 가진’ 투자자들이 오히려 경쟁하는 곳이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를 뜻하는 시드투자는 창업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 경쟁이 치열하다.
2014년 엔젤펀드로 시작한 킨드레드벤처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스타트업들의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많이 올렸다. 퍼플렉시티AI, 휴메인, 토날, 엑스트로픽 등에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킨드레드벤처스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 이민 1.5세대인 스티브 장 대표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카니 마쿠벨라와 함께 창업한 투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장 대표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다큐멘터리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인싸’로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매일경제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킨드레드벤처스 본사를 찾아 그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벤처투자자가 됐는지 알려달라.
▷원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고 UC버클리에서 학부를 다녔다. 버클리의 동료들이 의사나 변호사, 경제학자가 되고 싶어했지만 나는 사업가가 되거나 박사 과정을 밟고 싶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당시 전 세계적으로 월드와이드웹(WWW)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당시는 WWW은 본질적으로 옳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웹은 아주 작았다. 그 당시의 웹은 작은 섬 크기 정도였는데 오늘날의 웹은 지구 전체 크기로 커졌다. 그래서 당시 학교에 다닌 것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자원이 있고 탐구할 수 있는 큰 주립대학에 다닐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다.
-그래서 창업을 한 건가.
▷개인적인 열정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방과 후에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닷컴버블이 끝난 후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했지만 여전히 너무 어렸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LA로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음악 회사와 일본 제조업체에서 일했지만 실리콘밸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닷컴버블이 터진 후 완전히 죽어 있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무슨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팰로앨토, 서니베일, 마운틴뷰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그래서 다시 캘리포니아 북부로 돌아왔고, 스탠퍼드 출신과 냅스터 팀 사람들과 주문형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었다.
-스포티파이보다 훨씬 이전 아닌가.
▷그렇다. 당시에는 애플이 디지털 다운로드만 서비스하고 있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없었다. 우리는 월간 순사용자가 6개월 만에 1000만명, 1년 반 만에 1억명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는 음악회사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스포티파이도 동일한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은 만들지 못했다. 회사가 결국 인수된 후 나는 좀 쉬고 싶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했고 내가 ‘좋은 아이디어야. 내가 도와줄게’라고 얘기했다. (편집자주 : 이 회사는 마이스페이스에 인수됐다.)
-그 회사가 지금의 우버다.
▷그렇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1400억달러 가치의 회사가 됐다. 우버 투자에서 내가 배운 것은 기술 파동에 일찍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엔젤투자를 50곳 정도에 했다. 그 후에 다른 회사를 또 창업하고 매각한 후에는 전업벤처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제 자본을 가지고 킨드레드벤처스를 만들었다.
-어떤 회사들에 투자했나.
▷코인베이스, 포시마크, 포스트메이츠 등에 투자했다. 코인베이스의 해외진출을 돕기도 했다. 포시마크는 네이버에 인수된 회사다.
-투자 원칙이 있다면.
▷우리는 창업자를 돕고 싶다. 그들의 여정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제품 개발을 돕고, 마케팅을 돕고, 유통을 돕고, 고용을 돕고, 훌륭한 팀을 구축하는 것을 돕는다. 또는 첨단기술을 보고 작업하는 회사를 좋아한다. 실제 기술을 사용해 지구를 개선하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AI회사에 더 끌리고 있다. 2019년에 AI 비디오 회사, 컴퓨터 비전 회사, AI 소비자 하드웨어 회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AI 분야에 얼마나 투자했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AI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현재 약 80%가 AI, 20%가 다른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 총 5억7500만달러(약 7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소규모 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시드투자는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는 아직 제품도 없고, 팀도 없고, 성장이나 수익도 없다. 그래서 바로 그 초기 0~1단계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최적기다. 우리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놀라운 경험을 해봤고, 엔젤 투자자로 스타트업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약간의 패턴 인식뿐만 아니라 창업자들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지혜도 갖고 있다. 이를 제 직업이 아니라 제 사명이나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나.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에너지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창업자, 스타트업 모험 자본이 바로 그 중심이다. 우리는 기술 물결에 뛰어들 때 물결이 끝날 때가 아니라 시작할 때 뛰어들고 싶어한다.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과 소비자 행동이 만나는 시점도 중요하다. 이는 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운도 미리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어떻게 가능한가.
▷스타트업이 아니라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을 받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가 창업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성이나 명성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창업자들이 찾아온다. 두 번째는 내가 투자한 회사들이다. 그들을 돕고 그들이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면 창업자는 자신의 친구를 나에게 소개해준다. 세 번째 방법은 밖에서 직접 스타트업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어쨌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네트워크에서는 더 많이 무언가를 줄수록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즘 한국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로 많이 건너오고 있다.
▷한국은 부모님의 나라이기도 하고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항상 한국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혁신에서 잘하는 것을 보고 싶다.
-한국은 시장이 작은데.
▷작은 시장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제품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경우 본국에서 제대로 시작해서 자본을 조달한 후 강력한 회사가 된 다음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딥 테크, 재료공학, 바이오, 반도체 같은 비즈니스는 바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이 되고자 하는 기업에 관심이 있다.
-한국이 실리콘밸리에서 이스라엘처럼 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스타트업 국가인 이스라엘과 한국을 비교해서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비슷한 점도 많지만 아주 굉장히 다른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없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정말 궁금하다. 무엇인가.
▷한국은 문화와 미디어 수출국이다. 한국은 전 세계의 대중문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 마켓플레이스나 소셜 앱, 게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소비자 서비스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웹3.0과 가상화폐에서도 매우 강하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한국에 대해서 여전히 잘 알고 한국과 접점을 유지하고 있나.
▷한국의 기업들과 접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다. 많이 읽고, 많이 본다.
(편집자 주 : 그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국에 창업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신난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하나는 대담하게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비행기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실리콘밸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라. 샌프란시스코에 한국 음식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샌프란시스코에 오셔서 저희와 만나서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을 도와야 한다. 서울로 돌아가면 술 한잔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실패에 가혹하다.
▷창업자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에게 ‘실패자’라고 얘기해선 안 된다. 좋은 걸 배웠다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 이 같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명예의 훈장으로 여기는 그런 사고방식을 아직 한국 사람들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킨드레드벤처스 스티브 장은 누구?
스티브 장 킨드레드벤처스 공동창업자(49)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UC버클리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USC경영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두 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매각했다. 2014년 킨드레드벤처스를 공동창업했으며, 지금까지 우버, 코인베이스, dydx, 포스트메이츠, 포시마크, 블루보틀커피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포브스에 의해 최고 테크 투자자 중 4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어맨다 킴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의 총괄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버닝’ ‘미나리’로 유명한 배우 스티븐 연도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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