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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尹 공약 실현되나···HPV백신 9년만에 남성 접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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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실9' 필수예방접종 포함 등

질병청 내년도 예산안 반영 유력

자궁경부·두경부암 등 90% 예방

남녀접종 세계적 추세···도입 시급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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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여성 청소년에만 지원하고 있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예방 접종을 내년부터 남성 청소년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HPV 백신 대상을 남녀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9가 HPV 백신인 ‘가다실9’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부처별 예산안이 제출되고 기재부 내부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질병청 관계자는 “작년 12월 ‘국가 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를 통해 도입 타당성이 확인된 인플루엔자 대상 확대, 고령층 폐렴구균(PCV13) 백신 도입, HPV 9가 백신 도입 및 대상 확대,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도입 등을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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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HPV 백신은 남성도 감염되는 항문암·두경부암·구인두암 등 HPV 감염으로 유발하는 암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대부분이 남성 청소년에 대한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성관계를 통해 HPV가 여성에 전파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 HPV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가다실9’의 접종 권장 나이인 여성 9∼45세, 남성 9∼26세에 무료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하며 NIP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가장 큰 변수는 예산 확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최신 HPV 백신인 ‘가다실9’의 1회 평균 접종가는 22만 원 수준으로 현재 NIP에 포함된 ‘가다실(4가)·서바릭스’보다 7만~8만 원 가량 비싸다. 9가 백신으로 전환해 2~3회 접종을 완료하려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데 접종 대상까지 확대해야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국내 도입된지 9년 가까이 되도록 남성 청소년 접종이 요원한 이유다.
2018년 1차 연구에서 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접종은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작년 말 HPV 백신 대상 확대 및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도입이 질병 부담, 비용 효과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도 더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졌다.

부처별 예산 제출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정 갈등 여파로 HPV 백신 도입 확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이 공개한 올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록은 단 2건이다. 전문위 전원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건 4월에 단 한 번 뿐이었는데 회의록에는 HPV 백신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바람에 예산이 깎일 경우 접종 횟수 제한이나 값싼 백신을 도입하는 듯 생색내기 정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정책전문가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OECD 국가 중 4가로 여성 청소년만 지원하는 국가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한국이 유일하다”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래 세대의 보건 향상을 위해서라도 최신 HPV 백신의 남녀 접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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