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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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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까지” 2013년 첫 배치 수리온 헬기, 마지막 생산 마쳤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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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수리온 헬기 최종호기(210호기)의 수락시험비행을 완료했다. 수락시험비행은 제작이 완료된 항공기가 목표한 성능과 품질에 부합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육군 시험평가단은 2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수리온 수락시험비행 완료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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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리온 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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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은 2012년 1호기를 시작으로 최종호기인 210호기까지 안전사고 없이 2500시간의 수락시험비행을 진행했다. 18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하는 수락시험비행은 위험성과 난도가 높다.

최종호기 수락시험비행을 마치면서 육군 수리온 헬기 생산은 마무리됐다. 다음달 4일 최종호기 납품이 이뤄지면 해군 소해헬기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과 더불어 수리온의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기종을 만드는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세계 11번째 헬기 생산

한국군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헬기를 운용해왔다.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병력과 물자를 신속하게 운반하려면 헬기가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헬기 수요는 모두 해외에서 충당해야 했다. 국산 기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0년 첫 비행에 성공해 2013년부터 전력화된 국산 수리온 헬기는 이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첨단 항공전자 장비를 탑재한 수리온을 개발하면서 한국은 세계 11번째로 헬기를 자체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한국군은 수리온 전력화 이후 국산 헬기를 운용하게 됐다. 미군이나 러시아군처럼 모든 헬기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진 못하지만, 특수작전이나 대량수송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군사작전이나 수송에 쓸 수 있는 국산 중형 기동헬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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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최종호기 전력화 부대 소속 정비관이 수리온을 확인 및 점검하고 있다.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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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은 미국 UH-60이나 프랑스 쿠거, 러시아 Mi-17 등보다 늦게 등장했다. 그만큼 첨단 장비를 상당수 탑재했다. 야간 및 악천후 작전을 위해 적외선 전방주시장치(FLIR)를 탑재하고, 채프와 플레어 살포기와 레이저 경보수신기 등도 장착했다.

최신 3차원 전자지도, 통합헬멧시현장치,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을 장착해 주야간 악천후에도 전술기동을 할 수 있다.

비행조종컴퓨터를 통해 전후, 좌우, 회전 및 상승·강하 모든 방향에 대한 자동제어가 가능해 조종사가 조종간이나 페달로부터 손발을 떼고도 제자리비행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첨단 기능을 갖춘 수리온이지만 전력화 초기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2015년 12월 17일 충남 논산 육군항공학교로 복귀하던 수리온이 엔진 고장으로 활주로에 불시착, 기체 일부가 파손됐다.

조사 결과 2번 엔진 공기흡입구 틈새가 좁아져 공기 흡입량 조절에 문제가 생겼고, 조종사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공기조절장치 틈새 조절작업이 이뤄졌다.

2016년 5월엔 프레임 균열 현상과 윈드실드(방풍유리) 균열 현상이 나타나서 보완작업이 진행됐다. 2018년 7월엔 해병대용으로 개량된 마린온 헬기가 추락,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수리온 헬기의 기술적 문제도 조금씩 나아졌다. 육군에서 10여년 동안 200여대를 구매·운용하면서 정비 및 운영 노하우도 축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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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리온 헬기가 이륙 전 로터를 회전하며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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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을 한데 묶는 공급망도 구성되고 개선되면서 헬기 관련 산업 기반도 자리를 잡게 됐다.

수리온은 군 외에 국내 관용헬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경찰청이나 해경, 산림청 등에서 사용하던 관용헬기는 대부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나 미국 벨에서 제작한 기종을 사용했다. 여기에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에서 들여온 카모프 헬기 등이 추가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수리온이 등장하면서 국내 관급 헬기 시장은 레오나르도, 벨, KAI의 3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군에서 사용하는 메디온 의무후송전용헬기 외에도 경찰청, 산림청, 소방청, 해경에서도 수리온 기반 헬기를 쓴다.

관급헬기 납품은 KAI에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관급헬기 시장은 발주처마다 요구성능이 제각각이다. 같은 기관이라 해도 지방청별로 요구성능이 다르기도 하다.

소방청 수리온은 화재진압용 배면 물탱크와 응급구조키트, 구조용 호이스트 등을 장착한다. 경찰청 버전은 적외선 카메라, 기상레이더, 무선전송장치 등을 쓴다.

서로 다른 수많은 요구를 충족하려면 그만큼 기체 개조·개량이 이뤄져야 한다. 고민하고 기체를 뜯어보고, 최적의 성능을 내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찾아내서 탑재하는 작업이 반복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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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최종호기 전력화 부대 소속 정비관이 수리온을 점검하고 있다.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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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지금까지 해경과 경찰청, 산림청, 소방청에 관용헬기 수십대를 납품해왔다. 고객의 다양한 주문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은 셈이다.

관급헬기 제작 및 판매 경험은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군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리온을 빠르게 현지화하는데 필요한 노하우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KAI와 방위사업청은 수리온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수리온의 최대 고객인 육군에 납품을 마쳤으므로, 수리온 생산을 지속하려면 해외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

헬기 연구인력은 차세대 고속중형헬기 프로그램이나 UAM 등에 투입하면 되지만, 생산 인력과 인프라는 양산 물량이 있어야 노하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소형무장헬기(LAH) 양산이 조만간 이뤄지지만, 해외에서 수리온 생산 물량을 수주해야 수리온 생산라인 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KAI는 수리온 수출형인 KUH-1E를 기반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환경을 고려한 수리온 개조를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극한의 고온과 모래먼지와 같은 기후에 대응해 에어컨과 모래먼지필터 등을 적용한다. 해외 군 당국의 요구에 따라 한국군 전용장비를 탈거하고 구매국의 요구에 따른 통신장비나 무장 등에 대한 체계통합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수출을 위해선 기술이전 또는 부품생산 등의 절충교역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외의 잠재 고객들에게 수리온을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신뢰도 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KAI는 지난 2018년 군과 수리온 창정비 요소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군이 항공기 기체, 엔진, 주요부품의 완전분해와 수리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운용유지 비용 절감과 불가동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요소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가 수리온을 도입하려고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수천㎞ 떨어진 한국까지 헬기를 보내 정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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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에어쇼에 수리온이 전시되어 있다. K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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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개량·새 기종 개발도

수리온을 통해 헬기 제작기술을 확보했다면, 이젠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수리온에선 메인기어박스를 외국에서 구매해 장착했고, LAH에선 외국원제작사에서 구성품을 사서 조립해 사용했다.

하지만 헬기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없다면 성능개량과 신형 헬기 개발 등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리온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현재 KAI는 수리온의 성능개량에 대응하고, 헬기 관련 핵심기술 자립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력전달장치다. 헬기의 핵심 구성품인 헬기 동력전달체계는 메인기어박스(MGB), 중간기어박스(AGB), 꼬리기어박스(TGB), 꼬리로터 구동축, 엔진 입력축, 오일냉각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설계·제작·조립·시험·인증을 해서 헬기 동력전달체계를 국산화하려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1년부터 2032년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1단계(설계 및 국내생산 준비), 2단계(가공완료, 조립 및 시험평가), 3단계(헬기 체계 시험평가 및 인증, 생산준비)로 구성되어 있다.

이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수리온의 최대이륙중량과 임무능력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기어박스 출력도 1만9000파운드에서 2만2000파운드까지 높아지고, 외부인양능력도 기존보다 50%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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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관계자들이 수리온 헬기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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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기종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UH-60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고속중형기동헬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의결했다.

2030년까지 자동비행조정시스템 설계를 비롯한 차세대 헬기에 쓰일 핵심기술을 확보, 헬기 개발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KAI도 차세대 고속중형기동헬기 개발과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다. 수리온과 LAH는 기존에 에어버스가 오랜 기간 사용한 기체를 활용해서 개발했지만, 차세대 고속중형기동헬기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새롭게 만들려는 최신 기종이다.

기체 구조와 동력전달 등을 포함한 헬기의 핵심 체계 구성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핵심기술과 개발비 확보 등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다만 수리온과 LAH 개발을 통해 헬기 제조 기반을 마련한 만큼 관련 노하우와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책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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