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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현장의 시각] “이것만 알면 음주운전 무죄” 이게 변호사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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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올해 초 음주 운전으로 교통 사고를 낸 A씨가 ‘음주 사건 전문 변호사’를 만나 처음 들은 말은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체중을 늘려두라”는 것이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록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추산하는 ‘위드마크’ 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A씨는 하루 6끼씩 먹으면서 일주일 만에 5㎏을 불렸다.

변호사는 다른 조언도 했다. A씨가 실제로는 소주 2병을 지인과 나눠 마셨지만 경찰에는 소주 몇 잔만 먹었다고 진술하라고 했다. 음주량을 되도록 줄여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찰 출석도 최대한 늦게 하라고 변호사는 권했다. 술을 마신 뒤 일정 기간 몸에 남아 있는 알코올 부산물이 없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는 변호사가 의도한 대로 나왔다. 위드마크 조사에서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처벌 기준인 0.03% 미만인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A씨는 두 차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고 이번에는 음주 운전으로 교통 사고까지 냈지만 벌금 300만원만 물게 됐다. 상습범이라고 할 수 있는 A씨가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씨의 수사 대응도 ‘음주 사건 전문 변호사’의 매뉴얼과 닮은 꼴이었다. 김씨는 사고 후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음주 사고를 낸 뒤 다시 술을 먹었다. 사고 당시 음주량을 경찰이 파악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결국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음주 운전 혐의는 포함되지 못했다.

음주 운전 재범률은 43% 수준이다. 마약류 사범 재범률(30%대)보다 훨씬 높다. 언제든지 다시 음주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음주 사건 전문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법적 제재를 피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호사들은 “이것만 알면 음주운전 무죄”라며 처벌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을 조언하고 있다.

헌법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가 음주 운전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빠져 나오게 하는 편법을 알려주는 것까지 헌법이 허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음주 운전은 교통 사고로 이어져 무고한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명백한 범죄를 덮고 치러야 할 죗값을 피하게 하려는 변호사들이 나와서는 안된다. 변호사법 1조 1항에는 ‘변호사는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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