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
정은보(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규제 요인을 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강제성이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없을 거란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올 1분기 일본 증시는 20.6%, 미국 증시는 10.2% 오른 반면 한국 증시는 3.4%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소는 이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연 1회 ‘기업 밸류업 공시’를 자율적으로 하게 된다. 이미 발생했거나 결정된 내용을 담은 기존 공시와 달리, 향후 경영 목표 설정과 계획 등을 밝힌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건전한 마켓 프레셔(시장 압력·Market pressure)를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며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문화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측에선 밸류업 공시에 구체적인 수치로 경영 목표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정 이사장은 “수치 정보를 제시한 뒤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에 책임은 없다. 불가피하다면 수치가 아닌 서술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거래소는 오는 27일 밸류업 관련 공시 안내 공문을 모든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에 발송하고,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적으로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이날 정 이사장은 또 “부실·좀비 기업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정리해 해당 기업에 묶여있는 투자금이 다른 건전한 기업에 대한 투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상장 요건 대비 현저하게 느슨하다고 평가받는 상장폐지 요건을 손보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감시도 강화한다. 거래소는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신속하게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시스템 개발 시간은 단축하면 10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등과 달리 한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막고 있는 데 대해 정 이사장은 “가상자산의 경우 사회적으로 인정된 수익가치 평가 모델이 현재로썬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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