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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은 21대 국회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첨예해졌다. 여야 간 합의가 가능한 내용이라도 우선 처리할지에 대한 입장 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내는 돈)·소득대체율(받는 돈)과 관련해 이번 국회에서 협의 가능한 모수를 인상해 개혁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모수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통합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뿐 아니라 국민연금제도의 틀 전체를 바꾸는 논의다. 현 제도의 재정불균형과 낮은 소득보장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는 모수개혁과 같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직역연금, 퇴직연금 포함한 공적연금의 틀 안에서 해소하자는 취지다. 5년마다 벌어지는 연금개혁 난맥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수가 기금 상황에 따라 변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고, 세대 간 연대가 아닌 본인이 낸 돈을 받는 확정기여(DC) 방식으로의 전환도 거론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며 자동안정화장치 도입과 DC로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거론되는 개혁안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여야가 내놓은 모수개혁안을 적용할 경우 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에서 7~9년 늦춰지는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야당이 주장한) 소득대체율 44% 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을 일부라도 포함하는 구조개혁이나 연금개혁의 다른 부대 조건들이 합의됐을 때의 조건부 안"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등 구조개혁 문제를 따로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은 모수개혁을 먼저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 임기 내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1차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2차로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26일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연금개혁은 워낙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인데 모수개혁과 관련해 지금처럼 여야 간 입장 차가 작을 때에 이것만이라도 우선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젊은 세대의 연금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혁 동력은 계속될 수 있다"며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고 깊은 논의를 거쳐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졸속 개혁에 반대한다고 했다. 윤 위원은 이어 "현재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개혁안들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개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정쟁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개혁안을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반드시 완수돼야 한다"면서도 "상임위원회 구성에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22대 국회의 연금특위 구성은 후순위로 밀리며 개혁 동력이 사라지진 않을지 우려된다"며 모수개혁의 우선 처리도 방안 중 하나라고 봤다.
일각에선 개혁안을 정무적 판단의 대상으로 본 여당의 실책을 꼬집는다. 개혁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단력을 갖고 추진해야 할 의제를 섣부르게 여야 합의를 시도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방안을 내놨다가 뒷수습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류영욱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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