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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대법원 “빈곤 인정되면 기초생계급여 부정 수급자라도 국선변호인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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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구속된 피고인도 국선변호인 도움 받아야”

대법원 전합 판단도…피고인 변호 조력권 적극 인정

경향신문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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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악용해 기초생계 급여를 부정하게 받았을지라도 빈곤 사유가 인정되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5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가 국선변호인 도움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A씨는 사실혼 배우자인 B씨와 함께 살면서 그의 승용차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마치 1인 가구이고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며 2018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국가로부터 기초생계·주거 급여 등 총 2528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정수급 기간이 길고 수급액이 상당하다”면서도 “다만 A씨가 현재는 노동 능력이 상실됐고 다시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등 재범 우려가 크지 않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인정했다.

두 재판부의 선고 내용은 같았는데, 문제는 ‘국선변호인 조력권 인정 여부’에서 차이가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받아들여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국선변호사 없이 혼자 재판을 받았고,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에선 A씨가 2심에서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했는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33조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 17조3항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있을 때 법원은 지체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정했다.

대법원은 “A씨가 1심에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에 의하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런데도 2심에서는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가하고 공판심리를 진행해 A씨가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2심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대법원은 최근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지난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첫 번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피고인이 별도의 두 번째 사건으로 추가로 기소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 조력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재판받은 첫 번째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에만 국선변호인 선정 규정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뒤집고 ‘첫 번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채 두 번째 다른 건으로 재판받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어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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