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발표하는 외모 관리 대처법도 귀 기울여 들었다. 머리카락이 빠져도 샴푸를 하는 게 좋은지, 새로 난 머리카락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파마·염색은 언제 할 수 있는지, 머리는 언제 다시 자라는지, 화장해도 되는지, 건강한 화장법은 뭔지 등 환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콕 집은 강의가 진행됐다.
25일 오전 서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지하 1층 강당에서 조주희 암교육센터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 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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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은 치료를 하면서 외모 변화를 겪게 된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 체형이 바뀔 수 있고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피부색이 칙칙하게 변하기도 한다. 손·발톱 색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탈모는 환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작용 중 하나다.
이런 외모 변화는 자존감을 낮추고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자칫 치료를 회피하게 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환자의 절반 가까이(47%)는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 중 탈모가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10명 중 1명꼴로 탈모 때문에 항암 치료를 거절했다는 연구도 있다. 암 환자들에게 치료뿐 아니라 외모 관리가 그래서 중요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환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정상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외모 변화에 대응하는 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방법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또 “‘죽고 사는 게 문제이지, 뭘 그것 가지고 그래?’라고 할 수 있지만, 치료가 금방 끝나는 게 아니라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이다 보니 복합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조 교수는 “엄마들은 달라진 외모 때문에 자녀들이 충격 받을 수 있어 신경 쓰고, 청년은 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줄까 고민한다. 중년 여성은 부부간 성생활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내적으론 자신감, 외적으로는 사회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외모 관리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방암 환자 이효선(좌측)씨가 모자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 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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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변화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암종은 유방암과 부인암이라고 한다. 조 교수는 “이런 암종에서 쓰는 항암제가 완전 탈모를 일으키고 손·발톱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 2주 이내에 탈모를 경험했고, 40%에서는 3년 후 영구 탈모가 발생했다.
유방암 환자인 이효선(35·여)씨도 이날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씨도 탈모 때문에 외출을 꺼리다가 모자 가발을 사용하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 씨는 “암 환자가 되면서 사회에 나가는 게 걱정이 됐었는데 모자 가발을 쓰면서 외출이 자유로워졌다”라며 “학부모 모임 나갈 때도 부담되지 않고 사람들이 치료 하는 걸 잘 모르기도 한다”라며 “일상생활을 편히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다. 이 씨는 항암 모자 가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주희 교수는 “암은 숨겨야 할 질병도 아니고, 잘못해서 걸린 것도 아니다”라며 “본인이 암 환자라고 해서 스스로 자신을 낮게 평가하거나 자신의 외모 변화 대해 부정적이게 대응하지 말고 찾아보면 좋은 방법들이 있으니 치료에 관한 변화를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다”라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환자뿐 아니라 국내 의료진도 많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병원 측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런 워크숍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외모 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에게는 외모 관리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자리였다”라며 “어려운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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