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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이재용의 삼성, HBM으로 추락-도약 '중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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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HBM으로 리더십 최대 위기

반도체 사업부 수장 전격 교체했지만 시장 반신반의

LG그룹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경영 능력 발휘와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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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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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이지만 반도체 시장이 AI(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에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10년 간 삼성그룹의 운전대를 잡았지만 '이재용이 이끄는 삼성'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이 회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HBM도 파운드리도 선두와 격차 더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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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공개한 HB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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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4월 말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발열과 전력 소비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젠슨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기며 기대감이 커졌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도가 나온 후 삼성전자는 "테스트를 진행중"이라며 테스트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곤두박질쳤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회복되지 못하며 시장은 냉랭한 반응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의 선두주자인데 HBM은 AI 반도체의 핵심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을 최초 개발한 이후 연구개발을 이어왔고, 챗GPT 등 생성형 AI 개발와 그에 따른 AI 가속기 수요 폭발에 힘입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HBM 전담개발팀을 해체했고, 올해들어 전담팀을 부활시켰지만 추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9%, 삼성전자 37% 수준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와의 점유율 차이는 직전 분기(45.5%포인트)보다 커진 49.9%p로 집계됐다.

이건희 선대회장 빈자리 채운 10년, 실적도 비전도 물음표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처럼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만들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주류다.

HBM 시장 진입에 SK하이닉스보다 한 발 늦었다고 평가 받아온 삼성전자는 지난 2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이 제품을 올해 2분기 내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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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SK하이닉스가 HBM3E 수율(완성품 중 양품비율)이 80%에 도달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수율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수율 확보는 HBM 경쟁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데 HBM3E의 경우 핵심 부품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수율이 40~60% 수준으로 낮아 업계에서는 수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기술통'인 전영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전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삼성SDI에서 구사했던 경영 능력이 현재 삼성전자에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당시 공격적인 수주와 대규모 시설 투자로 고객사를 확보한 다른 이차전지 업체와 달리 전 부회장은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사업 재점검 등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공격형보다는 방어형에 가까운 경영인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던 삼성SDI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구사했던 전략과 팽창하는 HBM 시장에 대한 대응 실패로 추격과 공격을 동시에 해야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1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채운 이재용 회장이 HBM 반도체 사업을 포함해 그룹 전체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삼성전자 안팎에서 제기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지만 '반도체 이후'에 대한 이 회장의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6년부터 이 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5년 가까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취임 때도,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인 지난해 6월에도 이렇다할 비전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이외의 신산업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도적인 사업 개편, 비전 제시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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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의 길어지는 침묵은 이 회장과 비슷하게 선대회장의 건강 상황으로 급하게 경영 무대에 오른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비교된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뇌종양으로 급하게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구광모 회장의 등판은 예상치 못한 선대회장의 상황으로 그 자리를 채우게 된 이 회장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 회장과 구 회장의 상황, 삼성전자와 LG그룹의 규모나 사업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고 대중적 인지도 역시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영 철학이나 경영 성과면에서는 이 회장보다 구 회장이 뚜렷한 족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핵심사업군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AI와 이차전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 개편에 나섰다. 회장 취임 이후 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 본부를 부활시켰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언 한 때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순위 2위에 올랐고 LG전자는 B2B 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올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B2B(회사간거래)사업은 B2C(회사와고객거래)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인 고객 확보가 가능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며 "구 회장의 전략이 최근 극심한 경기 변동 상황에서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지난 5년간 경영인으로 능력은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앞으로 5년 간 구 회장이 그룹의 다음 먹거리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의 성패가 LG그룹의 재계 내 위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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