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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반감기 후 방향성 애매한 비트코인 美기관들은 BTC 현물 ETF 매입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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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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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반감기를 거친 비트코인이 시장 참여자들을 계속 애태우고 있다. 기대했던 ‘강세장’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모호한 방향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전 3월 중순께 한화 기준 1억원을 넘은 후 현재 8000만~9000만원대 중반 사이에서 움직이며 직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저변에는 여전히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박스권에 갇힌 비트코인 가격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리 터진 호재, 불확실한 거시 환경에 동력 잃어
4차 반감기 후 시장의 기대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이 뜨뜻미지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로 먼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시장은 이번 반감기 직전에 초강세장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알트코인의 가격은 10배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감기 후 시장 상승을 예상했던 시장 참여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다소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때 이른 강세장에 대한 해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올라 더 이상 오를 수 있는 여력에 대한 확신도 옅어졌다. 너무 급등해 버린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로 달려들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 이후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너무 일찍 반감기 샴페인이 터진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졌다.

JP모건은 이를 두고 “현재 시장에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부족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충동적인 매수세도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반감기 후 가상자산 시장을 자극시킬 호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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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어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모양새다.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중국 시장의 간접 투자 효과를 기대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또 다른 대규모 자금이 밀려드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 영국의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부터 17일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된 3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총 2760만달러(약 370억원)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에만 3270만달러(약 443억원)의 자금이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ETH)을 둘러싼 환경도 별로 좋지 않다. 이더리움은 현재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을 해놓고 있는 상황. 빠르면 5월 중 결과가 나오는데, SEC의 승인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트코인 사례를 보면 SEC가 쉽게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SEC가 승인 거절의 이유로 ETH가 증권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ETH의 증권성 논란은 최근 미국 금융 전문 변호사 스캇 존슨이 SEC가 ETH 현물 ETF 심사 과정에서 ETH의 증권성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공개하면서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 문제는 정말 간단치 않은 이슈다. 알트코인의 대부분이 ETH상에서 발행되고 있고, 구조도 비슷하기 때문에 ETH의 증권성 논란은 그대로 알트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EC가 5월 말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건과 관련해 19b-4 서류를 수정 및 재제출하라고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말의 기대감은 남아 있는 상태다. 앞서 SEC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승인 직전에 이 서류의 수정 및 재제출을 통보한 바 있다. 19b-4는 거래규칙변경 관련 신고서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좀체 완화되지 않는 인플레이션 상황 등 거시적 경제 환경도 가상자산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때 기존 금융에 대한 헤지(Hedge) 성격으로 부각됐던 비트코인이지만, 제도권 편입 이후 비트코인은 각종 경제 이슈 상황에 동조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5월 16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움직인 비트코인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날 CPI 지수가 전달보다 완화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치솟았다. 8600만원대에 머무르던 비트코인 가격은 6% 넘게 오르며 9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물가가 움직이는 상황을 보여주는 CPI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연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집중하고 있는 이슈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높은 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이 완화되면서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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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CPI 발표 날에만 반짝 움직였을 뿐, 9000만원 초반대에서 횡보하며 추세 전환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 1억원 돌파 후를 기점으로 하면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비트코인의 행보는 여전히 경제 상황에 대한 확실한 낙관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 CPI 발표 이후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미셸 보우만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올해 인플레이션 상황은 (기대만큼) 추가 진전이 없었다”면서 “필요하다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
이처럼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이 별로 좋지 않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것 한 가지는 결국 ‘강세장’으로 가는 것은 시기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정된 공급량에 탄탄한 대기 수요 등을 감안하면 일시적 조정은 있을 뿐 계속 우상향하는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트코인의 방향성과 관련해 현재 4차 반감기 후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는 것에 크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항상 반감기를 거친 비트코인 가격은 침체기를 겪었고 이후 이를 벗어나면서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역사적(?)’ 근거이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이후 위험구간(약세장)에 진입했다가 재축적 단계를 거쳐 상승하곤 했는데, 지금은 위험구간에서 재축적 단계로 나아가는 단계”라는 익명의 암호화폐 트레이더 렉트 캐피털의 분석을 전했다.

렉트 캐피털은 2016년 반감기를 예로 들며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8월 중순께 바닥을 친 후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벤자민 코웬 인투더크립토버스 대표도 “비트코인의 현재 사이클은 2016년 반감기 당시와 유사하다”면서 “당시 여름 바닥론이 이번 4차 반감기 때도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세 전환 시점과 관련해서는 ‘이미 일어났다’는 주장과 ‘아직 멀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티 그린스펀 퀀텀이코노믹스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돌파할 때까지 시장 예측은 무의미하다”고 분석했고, 암호화폐 마켓 데이터 분석 플랫폼 인투더블록은 “6만5000달러(한화 약 8800만원)를 돌파하면 추세 전환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 금융당국도 적극적 행보
앞서 언급한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은 시들하지만 미국 내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기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적극 사들이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리서치업체 K33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베틀 룬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13F(증권 보유 현황) 문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미국 BTC 현물 ETF에 투자한 전문투자자(기업)는 최소 937곳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중 상위 10대 기관이 보유한 총 비트코인 현물 ETF 규모는 총 45억달러(약 7조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트코인 현물 ETF(18억달러)를 보유한 곳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였으며,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그룹(11.7억달러), 브레이스브리지캐피털(4.04억달러), 부스베이 펀드 매니지먼트(3.04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모건스탠리(2.51억달러), 아크인베스트(1.92억달러),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1.52억달러) 등도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 상위 10위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브레이스브리지캐피털과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인데, 이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입은 상당히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브레이스브리지캐피털은 예일 및 프린스턴대와 같은 유명 대학의 기부금을 관리하고 있고,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은퇴 자산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자금 운용에 극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미 기관들의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관심 정도를 엿볼 수 있고, 또 관련 시장의 안정성도 어느 정도 확보돼 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CME가 비트코인 현물 거래를 시작한다면 이는 비트코인의 공신력과 안정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이 최근 블록체인 탈중앙화 오라클 네트워크인체인링크와 함께 펀드 토큰화 파일럿 프로젝트 스마트NAV(Smart NAV)를 완료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체인링크의 상호 운용성 프로토콜 CCIP를 활용해 모든 프라이빗 혹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 데이터를 불러오고 전송하기 위한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JP모건, BNY멜론,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코, US뱅크 등 주요 미국 금융기관들도 테스트에 함께 참여했다.

DTCC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온체인에서 구조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표준 역할과 프로세스를 생성함으로써 기초 데이터가 계약인 토큰화된 펀드 및 대량의 스마트 계약과 같은 다수의 온체인 활용 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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