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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카운트다운’ 글로벌 최저한세]④세금 부담에 '지분 매각설' 내몰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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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지분 정리'

해외 자회사 지분율 80% 이상

5개 모기업 세부담 가중 우려

매각 땐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LG화학 "모든 경우의 수 검토"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법인세율이 15%에 못 미치는 국가에 있는 해외 자회사들에 대해선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기업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 투자를 줄인다는 건데, 지분 매각은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거나 경영 환경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 전략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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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에 따라 부담하기 힘든 추가세액이 발생할 경우, 최후의 보루로 해외 자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 지분 정리는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변수와 부작용 등을 원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함으로써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아시아경제가 국내 50대 기업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기업집단의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 세금부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히 현재 지분보유 현황만을 봤을 때 현대케피코(베트남 등) 지분을 100% 지닌 현대자동차, SK E&S(미국·베트남 등 8개국) 지분 90%를 가진 SK, CJ푸드빌(해외 매장 400곳 이상) 지분 96%를 보유한 CJ, LS전선(미국·베트남 등) 지분 92.3%가 있는 LS 등이다.

이들 모기업이 자회사 세금 부담에 노출된 건 지분율이 80%를 넘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규정한 현행 세법에 따르면 보유 지분율이 80% 미만이면 추가세액을 본사가 아닌 중간 모기업이 신고·납부하도록 돼 있다. 80% 넘는 지분을 비교적 간편한 방식으로 글로벌 최저한세의 부담을 없앨 수 있어 해당 기업들이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LG화학이다. 모기업인 ㈜LG는 80%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없지만 계열사인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한 모회사다. 업계에선 LG화학이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지분 매각설의 정중앙에 있다고 평가한다. 매출 규모가 크고 상당한 세액을 감면받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를 많이 받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81.7%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AMPC로 약 2조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실효세율이 15%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과세분을 LG화학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LG화학이 올해 수백억 원, 내년부터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과세분을 추가로 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수식에 의한 단순 계산으로 LG화학이 부담하게 될 추가세액 규모가 약 18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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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전망이 반복해서 나오면서 지분 매각설에 힘이 실렸다. LG화학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해서 추가로 낼 세금의 부담을 없앨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인 약 2%를 팔아 비율을 80% 아래로 낮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LG화학이 지분율을 80% 아래로 떨어뜨리면 세금을 내야 하는 책임을 중간 모기업으로 전가할 수 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입장에선 2%를 매각할 시 자회사 지분 유동화에 현금도 확보하고 보유지분 가치 할인율이 축소돼 재무 레버리지 극대화, 주가 재평가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아직 대응 방향을 결정하지 않은 채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추가 세액을 일부 납부해야 할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추후 여러 가지 자금 조달 상황, 전략적인 인수합병(M&A)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갖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지분을 유지하는 게 자사에는 더 이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공장을 3개에서 내년에 7개까지 늘리는 등 저변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되는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세금 부담도 늘어나는 것이다. LG화학이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서 밝힌 글로벌 최저한세 당기 법인세비용은 8억6300만원으로, 예상에 비해 적은 액수였지만 올해 말과 내년에 액수는 비약적으로 커질 소지가 다분하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처리에 대해 LG화학이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다.

LG화학 외에도 지분 매각에 나설 만한 잠재적 가능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일부 기업들은 지배구조 재편까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일부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는 향후 검토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지분 매각은 경영 체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분 80%에만 맞춰 매각한다면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커 경영권이 이동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지분을 어디에 파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기업의 경영 체제 전반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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