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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매달 50만원’ 치료비 요구 학부모도 무혐의…호원초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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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故 이영승 교사의 사망 전 메시지)

지난해 교직 사회를 들끓게 했던 이영승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이 교사는 생전 학부모의 과도한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돼 순직 인정까지 됐으나 경찰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경찰 수사를 규탄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많은이들에게 충격을 줬던 이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짚어봤다.

세계일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3일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승 교사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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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에 5년간 고통

이 교사는 2016년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경기 의정부 호원초로 발령받아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어느 날 수업에서 페트병을 자르는 활동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는 학생에게 141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학부모 A씨는 이 교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다음 해 이 교사가 입대한 뒤에도 이어졌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학부모가 군대까지 전화했고, 학교에선 아들보고 해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군 복무 도중 휴가를 나와 A씨를 5차례 만났고, 전역한 뒤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 매달 50만원씩 A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9년 12월에도 이 교사에게 “2차 수술을 할 것이니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 교사는 2021년 맡았던 5학년 학급에서도 학부모들로부터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다. 따돌림 피해를 받은 한 학생의 학부모 B씨는 이 교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하고 학교로 찾아가기도 했으며, 장기결석하는 학생의 학부모 C씨는 이 교사와 400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이 교사는 결국 2021년 12월8일 “아이들은 평범한데 내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 교사 사망 당일 C씨는 이 교사가 문자메시지 답이 없다며 학교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동료 교사로부터 이 교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거짓말하지 말라’며 믿지 않았다고 한다. C씨는 급기야 장례식장까지 찾아갔고,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조문조차 하지 않고 유족과 승강이를 벌이다 돌아갔다.

◆‘추락사’ 처리된 죽음…2년 만에 순직 처리

이 교사는 생전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등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지만 학교 측은 이 교사의 죽음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 유족은 순직 처리를 위해 ‘추락사’를 ‘자살’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협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교권침해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 교사의 사건도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8∼9월 감사를 벌인 끝에 이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부모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또 학교 측이 이 교사의 사망 이후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학교관리자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8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이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심각한 교권침해가 사망의 원인임을 인정한 결정이자 고인의 안타까운 희생에 대해 뒤늦게나마 위로하고 예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는 ‘무혐의’…교원단체 분노

이 교사 사건은 지난 22일 다시 불거졌다. 피소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에 대해 8개월간 수사를 벌여온 의정부경찰서가 전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의정부경찰서는 강요·협박 혐의로 피소된 학부모 3명과 직무 유기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호원초 전·현직 교장 등 학교 관계자 5명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학부모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했으나 협박·강요 정황이나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가 이 교사로부터 8개월간 4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사가 먼저 치료비를 제안했고 강압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교원단체들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유감”이라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사들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랐으나 고인의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실마리조차 찾지 않은 경찰의 성의 없는 태도에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경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와 불송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피의자들이 명시적인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교사에 대한 악성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며 교사에게 책임을 물었던 것 자체가 협박이나 다름없다”며 “경찰은 학생이 다친 사건과 교사 사망 시점이 6년간 차이가 난다는 점을 들어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으나 이는 오히려 피해 교사가 수년에 걸쳐 긴 기간 동안 거대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22일부터 진행한 재수사 촉구 서명에는 하루 만에 1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도 “이번 수사 결과는 교육활동 침해, 교사의 순직 인정 사유 모두 형법상 무죄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교직 특수성을 고려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 경찰의 결정이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가족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기관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원단체들은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며 전면 재수사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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