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FOMC 회의록 보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이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고금리와의 동거’가 장기화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옥 기자 |
22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이 작년보다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위원회의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위원은 특히 1분기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와 미국 경제의 강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에 주목하면서 “더 큰 확신 얻기까지의 시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Fed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6회 연속 동결했다.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올해 1월 들어 전월 대비 상승률이 0.5%로 반등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0.3% 상승률을 보이며 고물가가 고착화할 우려를 키웠다. Fed 목표치인 연간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위해선 전월 대비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0.2%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10월~12월 상승률이 0.1~0.2%에 그쳐 Fed의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불러 모은 것과는 대조된다. 지난 15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소폭 둔화했으나 Fed 인사는 연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대표적 ‘매파’ 성향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해야 연내 혹은 내년 초 금리 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1분기 인플레이션 지표를 고려할 때 2024년 세 차례 금리 인하는 이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 역시 “4월 개선된 물가 지표는 고무적이다”라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서 최근 둔화세가 장기간 지속할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Fed 위원이 이전 3개월간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충격을 받았고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 물가 압력이 2%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길 바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매파’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Fed 위원이 모두 동일하게 고금리 장기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 않으면 현재 사용하는 데이터 의존 방식은 단기 경제 여건만을 반영해 장기 경제 평가에서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FOMC 회의 의사록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0.51%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27%, 0.18%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23일 오후 3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40.2%로 전날 34.3%에 비해 5.9%포인트 상승했다.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12.8%로 전날 10.3%에 비해 2.5%포인트 올랐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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