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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우리는 왜 ‘의례의 힘’에 기대는가[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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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 김미선 옮김
민음사 | 408쪽 | 2만원

학교에선 조회, 운동장, 입학식, 졸업식을 열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제창한다. 생일이면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의 촛불을 끈다. 명절에는 죽은 조상들을 위한 음식을 놓고 차례를 지낸다.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모여 성직자의 지도에 따라 예수상을 향해 기도를 올린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오지 않는 것처럼 이런 의례들은 실질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의례에 매달리는 것일까.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이자 실험인류학연구소 소장인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에서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으로 의례의 기능과 효과를 설명한다.

의례는 특정한 절차를 정확하게 지켜야 하고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행위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내면에 나름의 질서를 만든다. 이런 질서는 불확실한 세계에 맞서 불안감을 줄이는 심리적 방어책이 된다.

의례는 참가자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스페인의 산 페드로 마을에선 ‘불 건너기’ 의식이 열린다. 참가자들은 각자 소중한 사람을 등에 업고 600도 이상의 뜨거운 석탄 위를 걷는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마을 공동체와 참가자들은 생리적으로 높은 동조 수치를 보인다. 하나로 모이고자 하는 인간의 원시적인 욕구 때문이다. 의식에 참가한 지갈라타스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강렬한 행복감을 느꼈다.

지갈라타스는 다양한 경험과 실험을 통해 의례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조정된 졸업식, 결혼식, 장례식을 보면서 의례의 힘을 새삼 발견했다. 그는 “다가올 암울한 미래에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주고 결속을 다지고 의미감과 연속성을 제공하는 의례의 힘에 어느 때보다 크게 의지할지 모른다”며 “우리는 의례적인 종”이라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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