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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이창용 "물가 상승 압력에 금리인하 시점 불확실성 커져"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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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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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보다 더 커졌다”며 “물가 하향 안정화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현 3.50%)를 11회 연속 동결한 배경을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면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3%(전 분기 대비‧속보치)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다. 한은은 “성장세 개선과 높아진 환율 수준 등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더해질 수 있어, 향후 물가상승률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 반대로 너무 늦게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시장 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하반기 이후의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금통위원들은 3개월 후 금리 수준을 어떻게 전망하나.

A :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명 중 한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물가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다섯명은 3개월 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수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Q :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아졌는데, 경기 호조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었나.

A :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물가 상방 압력으로 인해 인하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상향되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률 전망이 2.3%에서 2.4%로 바뀌었다.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도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의 숫자가 바뀌었다. 다만 이게 첫째 자리 숫자를 바꿀 정도로는 크지 않아서 전망치(2.6%)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A :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긴 했지만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하향하는 걸 전제로 삼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은 제약적인 수준에 있기 때문에 물가를 낮추는 데에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내수와 수출 사이 괴리가 크고 내수 내에서도 양극화가 커서, 물가가 안정되는 수준으로 온다면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A :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방향이 되면 그다음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고려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Q :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정책을 차별화하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은행도 탈동조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나.

A :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앞으로는 내리는 걸 고려하겠다는 시그널이 왔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달리해 나가는 것이 시작된 상태다.” A : “기계적으로 미국을 따라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환율시장이나 자본 이동성에 주는 영향, 국내시장이나 물가가 받는 영향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해나가겠다.”

Q : 1분기 경제성장률이 한은 기존 전망치를 벗어나 크게 상회했는데 신뢰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없나.

A : “1분기 수치가 전망과 많이 차이가 난 이유는 수입이 예상보다 더 줄어든 영향이다. 겨울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고 반도체 장비 수입도 줄었다. 정부 이전지출 조기 집행이 소비에 영향을 준 영향도 있다. 통관 자료나 정부 재정지출 자료가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놓친 것들이 있었는데, 개선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A : “하지만 경제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다. 기상청도 틀리지만 자연과학 정도의 정확성을 갖고 예측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전망치가 어떤 이유에서 달라졌고 한은이 어떻게 조정하는지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신뢰성을 없앤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은이 아무런 데이터를 얘기 안 하면 틀리지도 않겠지만,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될 뿐 한은에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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