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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기자수첩]美 중국산 철강 관세인상에 韓기업이 우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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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철강 관련 종목들이 동반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0.63% 올랐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1~2%씩 상승 마감한 것이다.

철강 종목들이 모처럼 웃은 이유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때리기’ 정책 때문이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철강 관세를 현재 7.5%에서 25%로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제동을 건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철강업계를 만나 비공개 수출입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선 상당 시간이 저가 중국산 철강 유입 대응에 할애됐다고 한다. 미국 시장으로 수출물량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도 엿보였다.

하지만 회의 내용 중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최근 중국산 철강 관세를 3배 인상한 미국의 행보였다. 철강업계가 정부에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가 한국산을 대상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발표 당시에도 철강업계에선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들에 매기는 기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만 해도 최대 400~500%로 사실상 지금도 중국의 대미 수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회의에서도 우리 철강업계가 누릴 반사이익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저가 중국산 대상 무역구제 조치로 인한 수출 확대는 제한적"이라며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 대상으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의 타깃이 중국 다음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우리나라 철강의 대미 수출물량을 연간 263만t으로 제한한 바 있다.

미국의 상황을 보면 철강업계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 기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철강 개별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만난 한 임원이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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