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가 5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농수산물 가격은 하락했다. 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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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 각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최근 물가와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한국도 선제적 금리 인하에 합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가 안정된 데다 우려했던 한미 간 금리 차에 따른 급속한 자금 이탈도 역대 최대인 2%포인트 격차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현실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경제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23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3.5%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차례 연속 동결로 지난해 1월부터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던 물가 상승세는 최근 한풀 꺾인 모습이다. 4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2%대로 내려오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데다 그동안 물가를 압박했던 농수산물 가격 상승세도 멈췄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12로 전월보다 0.3% 올랐다. 전월 대비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수산물 가격은 3.0% 하락했다. 축산물이 1.6% 올랐으나 농산물이 4.9%, 수산물이 4.2% 내렸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풋고추(-47.4%), 오이(-44.2%), 고등어(-41.5%) 등의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채소류가 생육 여건 개선과 출하지 확대 등으로 출하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를 주목하며 한은도 피벗 시점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9월부터 금리를 한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도 10~11월 한 번 내리거나 연말까지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돼 금융 부실이 늘어나고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한국은 원유 가격 상승과 달러당 원화값 급락 등으로 물가가 오른 것으로, 높은 금리를 지속하는 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버트 서브라먼 노무라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속 아시아 경제 및 금융시장 긴급 진단' 웨비나에서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빨리 디커플링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있어 한은이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그는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1분기 성장률에서 보듯 수출이 좋았고 소비가 견조했지만 향후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며 "연간 기준 2.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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