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채상병 사건 수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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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외에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또 다른 해병대 고위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공수처가 전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에 대한 조사에서 이같은 진술을 근거로 박 대령과의 대질 신문을 요구하자 김 사령관이 “대질을 시키면 조사실에서 나가버리겠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21일 오전 김 사령관을, 오후에는 박 대령을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수사팀은 VIP 격노설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후 9시쯤 양측의 대질을 시도했지만 김 사령관의 거듭된 항의로 결국 이루지 못했다. 박 대령 측이 “대질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 사령관의 거부로 대질은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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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의 태도 변화…‘부인→묵비→소환거부→대질거부’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외교안보 관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 포함한 해병대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VIP 격노설’의 진원으로 꼽히는 양 당사자다.
당초 김 사령관은 VIP 격노설 자체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 2월 1일 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다룬 중앙군사법원에서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들었다’는 주장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는 식이었다. 김 사령관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뀐 건 지난 4일 첫 공수처 소환조사에서다. 박 대령에게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VIP 격노설을 묻는 공수처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다.
공수처는 태도 변화를 보인 김 사령관을 ‘약한 고리’로 보고 1차 조사 이튿날(5일) 곧장 2차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김 사령관도 응했으나, 당일 오전 공수처에 조사 일정을 미뤄 달라며 돌연 출석을 취소했다. 이날은 공수처가 박 대령에게 “변호인 없이 조용히 나와달라”고 요청한 날이기도 하다. 박 대령과의 대질 조사를 매개로 김 사령관을 압박해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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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VIP 격노설 추가 진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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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소환이 무산된 이후 공수처는 21일 조사에서는 사실상 대질 조사를 공개 예고하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이날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이 동시에 소환된다는 사실 자체를 언론에 알리면서다. 김 사령관을 오전에, 박 대령 오후에 부르는 등 시차를 뒀고 이 모든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특히 박 대령은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는데, 이는 조사가 아닌 대질 등 제3의 목적으로 불렀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공수처가 김 사령관을 압박한 또 다른 요소는 VIP 격노설을 둘러싼 해병대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이었다. 공수처는 최근 박 대령 이외에 또 다른 해병대 고위 관계자 등으로부터 “김 사령관에게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VIP가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공수처 수사팀은 이같은 추가 진술 확보를 김 사령관에게 알리며 추궁했다. 결과적으로 중앙군사법원에서 VIP 격노설을 부인한 김 사령관으로서는 모해위증죄 처벌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월 해병대예비역연대는 김 사령관을 모해위증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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