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정부 인사 패싱당한 윤 대통령, 같은 일을 이원석 검찰총장이 당하게 해”
■ “소통은 정부 정책이 실생활에 관련돼서 국민이 희열을 느낄 때 되는 것”
■ “여당 총선 패배는 경제사회 현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의 결과”
■ “국민의힘, 각종 특검법 토론에 적극 참여해 법의 문제점 국민에게 알려야”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5월 8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해소에 노력했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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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政局)의 핵은 국민의힘, 대통령 눈치 보다 발전 못 한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22대 총선 이후 한국 정치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여권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라지만 대한민국을 이끄는 힘은 집권여당에 있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그는 진단했다. 여당 권력의 밀도가 예전만 못해 보여도 그 나름의 비교 우위는 확고하다는 것.
문제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워낙 부실 체질인 까닭에 대패(大敗)를 당하고도 환골탈태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갖는 권능이 막강해서 남은 임기 3년 동안 그 누구도 쉽게 범접하지 못 하는 존재라는 게 김 전 고문의 인식이다. 변수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한 믿음이 점점 확산되고, 그 사이 응축된 국민의 불만에 누군가 불을 지핀다면, 2016년의 이른바 ‘촛불 집회’와 같은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 한다고 김 전 고문은 경계한다.
당장 이원석 검찰총장이 ‘패싱’당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5월 13일 검찰 간부 인사와 관련, 김 전 고문은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전 고문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여권 전반이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월간중앙에 말했다. 김 전 고문과 월간중앙의 인터뷰는 5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아침 사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이후 벌어진 정국 상황에 관한 입장은 5월 15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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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민주주의 선거 메커니즘 몰라”
2020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동 중인 윤석열(왼쪽부터) 당시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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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교체하는 등 검찰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그건 자기(윤 대통령)가 검찰총장 때 (패싱) 당했던 것을 대통령으로서 또 반복하는 것입니다. 지금(이원석) 총장에게 (그렇게) 당하게 한 것 아닌가요. 윤 대통령이 주장했던 공정과 정의, 상식이라는 것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려 버린 것이지요.”
Q : 이 때문에 4년 전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의견을 묵살하고 친문(親文, 친문재인) 검사들을 전진배치했던 사례가 소환되기도 하네요.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가 부정적 이미지를 점점 누적하는 역할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국민에게 지지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게 된 것이지요.”
Q : 5월 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총선 패배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제가 진작에 그랬잖아요. (윤 대통령에게) 절대로 변화라는 게 별로 없을 거라고 말이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두고 봐야겠지만 다른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아요.”
Q :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그렇게 크게 진 이유를 들자면?
“이번 총선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 국정운영에 대한 총평입니다. 저는 경제사회 현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된 결과라고 봅니다. 2022년 5월 취임 당시 국민의 삶은 코로나 사태로 굉장히 피폐해진 상태였어요. 우리나라는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사회 자체가 완전히 균열했잖아요.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거의 무너진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에서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예요. 정부여당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해소에 노력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안 벌어졌을 겁니다.”
Q : 선거의 기본을 몰랐다는 말로 들립니다.
“선거란 권력을 지향하는 정당들이 득표력을 극대화해서 정권을 쟁취하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에게 뭔가를 제시해야죠. 여권은 유권자와 상관없는 일을 갖고 얘기를 하더군요. 실생활과 관련된 일이 지금 이러이러하므로 우리가 그걸 어떻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어야죠. 여당은 항상 국민을 상대로 선거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야당을 상대로 선거했습니다. 야당을 공격하면 표가 된다고 생각하던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Q :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 이종석 호주 대사 출국,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 등 선거에 즈음한 개별 악재들이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지요?
“대파 발언이나 이종석 대사 건 등은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해요. 그게 대부분의 사람에게 약간의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국민의 마음은 그 이전에 다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이 사람들(여권)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와 민주주의 선거의 메커니즘이 어떻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안 돼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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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확신 없는 내용 말해서는 곤란”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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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국민의 마음이 정해진 시점과 마음을 정하게 하는 주된 동인이 있을 법합니다.
“그 징후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지요. 17% 이상의 차이로 여당이 졌지요. 윤석열 정부에게 정치, 정책을 반성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여권도 보궐선거 이후 민생(民生)을 챙기겠다고 해놓고서는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죠. 민생이 뭡니까. 일반 유권자들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민생입니다. 정치의 본질도 민생입니다.”
Q : 민생을 위해 윤 대통령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요?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를 하는 자리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안 하면 안 되는 자리입니다. 앞으로 소통도 자주 하겠다고 했지요. 소통이라는 건 대통령이 국민을 자주 만나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정말 국민과 실질적인 소통을 하려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 생활에 관련되고, 국민이 거기서 희열을 느껴야 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 등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문제를 풀려고 해도 이른바 답(答)을 못 찾는 겁니다.”
Q :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말하는군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선되기만 하면 자기 뜻대로 다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지요. 민주주의 국가는 그런 식으로 다스려지지 않아요. 국민 여론을 제대로 참작해야 하는 겁니다. 그동안 어떻게 했기에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0%가 넘는 상황을 초래했느냐 말이죠.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찬성 여론이 25%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사전에 다 알 수 있는 겁니다. 저는 국민의힘이 못하면 103석, 잘하면 107석 나온다고 했어요. 사실 2년 계속 경고를 했지요. 그런데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죠.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정서에 반해서는 아무것도 될 수가 없어요. 힘과 의지만으로는 다스릴 수 없죠. 또 대통령은 자기가 모르는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설령 참모들이 써주는 말씀 자료가 있다고 해도 대통령 본인이 그 내용에 대한 확신이 설 때 말해야 하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Q : 윤 대통령 본인은 현안에 대한 지식과 확신에 차 있지 않을까요?
“의과대학 입학 증원 문제를 보면 윤 대통령 본인이 확신해서라기보다 밑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건의해서 한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이 검찰만 해봤지 다른 분야에 대한 경험은 없잖아요. 검찰총장 관두고 대통령 당선까지 한 1년 반 정도 기간 선거 준비만으로도 바빠 국정을 제대로 파악할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결국은 주변 참모들이 얘기해주는 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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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우리나라 정치의 ‘구명보트’라 불려”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종인 고문.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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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국민의힘에서는 선거 한 달 전까지도 140석 얘기를 하는 이도 있었지요.
“선거를 책임지는 국민의힘 사람들을 보자면 정치 경험이 너무 없었어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그렇고, 사무총장도 국회에 온 지 2년이 채 안 되는 분이죠. 공관위원장이라는 분도 선거나 정치를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막연히 그런 기대나 하는 거지요.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부터 수도권에서 세 번 내리 왕창 진 거예요. 그에 대한 인식이 국민의힘도, 대통령실도 미흡해요. 보수당의 역사를 보세요. 2012년 당시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 연거푸 승리했어요. 그해 4월 총선 당시 제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참여해 사회주의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경제민주화, 복지 정신을 가미하는 등 당의 정강, 정책을 확 바꾼 덕이었지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경제민주화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용어마저 사라졌지요. 그리고 2016년 총선에서 한 석 차이로 2당으로 밀리더니 대통령 탄핵을 맞고 임기도 못 마치고 정권이 끝난 것 아닙니까.”
Q :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겹치는 기간에는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기기도 했습니다만.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 여망에 힘입어 나경원, 주호영 등 당 중진들을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됐지요. 이준석은 당에 아무런 조직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당을 새로운 시각에서 관리했기에 정권 교체가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사람을 당에서 내쫓아버렸으니까, 또 (여권이) 엉뚱한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니까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Q : 국민의힘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준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대로 자기 길을 가는 거겠죠. (여권이) 이준석 대표를 데려와서 어떻게 끌고 가겠어요. 여권이 또 한 번 혼나려고…. 그 사람들(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같은 젊은 사람의 지배를 받는 걸 도저히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Q :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다면?
“제가 그래서 이준석 대표가 우리나라 정치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 소지를 가졌다고 하는 것 아니에요. 누가 그러더군요. ‘이준석이 우리나라 정치의 구명보트가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제가 보기에 정치인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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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재의결해도 국힘에서 이탈자 크게 없을 것”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여당이 잘못하면 공짜로 먹고사는 게 야당”이라며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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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해병대 채수근 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각종 특검법이 정국의 핵(核)으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여권으로서는 극히 곤혹스러운 사안입니다.
“특검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도 토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해요. 그 법이 왜 잘못됐는지를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토론 자체를 안해요. 특검 토론을 보이콧하고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나 건의하고 말이죠. 사실 다수당이 입법을 남발할 여지는 있어요. 쓸데없는 모순된 법을 만들 수도 있고요. 그걸 방지하고, 대처하고자 헌법재판소가 있어요. 토론을 통해 특검법의 잘못이 드러나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든가 해야지 그냥 대놓고 대통령더러 거부권 행사를 하라고 하니까 일반 국민이 보기에 납득이 안 가는 겁니다.”
Q :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탈자가 생겨 국회 재의결 요건(재적 의원 3분의 2 동의)을 채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두고 봐야겠지요. 얼마만큼 이탈자가 생겨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하게 할지는…”
Q : 수도권, 심지어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얘기들이 있어서요.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아 있어요. 국민의힘 사람들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대통령의 눈치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뭐 크게 이탈자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설령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Q :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 재의결은 비밀투표이므로 불만 표출이 가능한 통로 아닌가요?
“예를 들어 볼까요. 국민의힘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도 제대로 저항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원래 여당의 생리가 그런 거예요.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Q : 국민의힘을 이끌 만한 사람 중에서 그런 변화를 견인하고 체질을 확 바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요.”
Q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어떤가요?
“자기 나름대로 약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하다가 혼이 났잖아요. 겨우 ’요만큼‘ 정도 변화를 꾀하려다 안 된 건데 결국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입장만 난처하게 된 것이지요.”
Q : 한 전 위원장의 정치력을 평가한다면?
“그는 참 젊고 발랄한 측면이 있기는 한데 정치 경험이 너무 없지요. 선거의 목표를 운동권 청산에 뒀으니 말이죠. 운동권 청산하고 일반 국민의 삶하고 무슨 연관이 있나요. 제가 늘 얘기하지만, 여당은 국민을 상대로 선거해야죠. 야당을 공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Q :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서 계속 고전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요. 이 점에 대해 대통령이 진짜 정신을 제대로 차리셔야 해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 여소야대가 왔는데도 여권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어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완전히 먹어버렸음에도 민주당은 수도권에 집중해 여당보다 한 석 더 얻어 제1당으로 올라섰지요.”
Q : 현 야권에서는 대통령 탄핵 주장에 거침이 없더군요.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 시위 때문에 쫓겨났지요. 왜 매일같이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광장에 나왔겠어요? 그건 누가 인위적으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일반 대중의 불만이 쌓인 것이지요. 대통령은 정직하고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해요.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정직하지 못해서 다 실패한 거예요.”
Q : 윤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같이 촛불시위와 같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나요?
“그러니까 국민이라는 건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소지를 가진 분들이지요. 어디서 누가 불을 붙이면 확 타버릴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면 말이죠. 그래서 대통령과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굉장히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야만 나라가 편안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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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통령? 그건 대통령직이 뭔가를 모르는 소리”
Q : 175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이니까 관심을 갖고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여당이 잘못하면 공짜로 먹고사는 게 야당입니다.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희망이 없는 겁니다. 여당이 잘 못하니까 야당에 희망이 생기는 거지요. 윤석열 대통령이 잘했으면 어떻게 민주당이 저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겠어요.”
Q : 그래도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과 야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지요. 이재명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의회 권력이라는 건 집행능력이 없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집행 명령권은 행정부에 있어요. 대통령이 자기 직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대통령이 그래도 가장 힘이 센 사람입니다. 무슨 놈의 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있어요?(웃음) 그건 대통령이 무엇이라는 걸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Q : 요즘 영화, 다큐멘터리, 각종 학술행사를 통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재조명이 활발합니다. 조부이신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도 이승만 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셨죠?
“전쟁 중이니까 정부는 일체가 돼서 대통령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죠. 당시 외교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밖에 없었어요. 미국 사정을 잘 알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많은 조언도 해줬으니까요. 이 대통령은 정부를 수립하고, 미국인의 심리를 잘 알아 6·25전쟁을 슬기롭게 마무리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할 때까지는 공로가 있었어요. 그다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과오도 있지요.”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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