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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월 206만원, 감당 안 돼”…‘필리핀 이모’ 최저임금 적용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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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0시간·최저임금 보장…월 154만원~206만원 받아

오는 9월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100명이 서울 지역 가정에 도입된다. 이들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 받아 최소 156만원에서 206만원 가량의 임금을 받게 된다.

세계일보

참고용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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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최근 국내에서 일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를 시작했다. 대상은 24세 이상 39세 이하로, 필리핀 정부가 발급한 ‘Caregiving(돌봄)’ 자격증 소지자다. 한국어 시험과 영어 면접, 신체면접을 거쳐 상위 100명을 선발한다. 서울시는 예산 1억5000만원을 투입해 가사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 등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을 신청할 수 있다. 6개월의 시범사업 기간에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주당 최소 30시간을 일한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하면 최소 월 154만원가량을 보장받는 셈이다. 주40시간 근로 시 206만원가량이다.

당초 제도 도입 논의 초기에는 월 이용료 100만원 이하의 홍콩, 싱가포르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확정 정부 계획안에는 최저임금 적용이 명시됐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보다 높은 임금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실수요자인 2~30대 부모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40시간 풀타임으로 206만원을 주고 고용할 여력이 되는 가정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A(35)씨는 “100만원 가량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면 굳이 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현재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파트타임으로 한국인 가사 도우미를 쓰면서 둘 째 출산을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은 502만3719원이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한 사람의 월급여 대부분을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적극 환영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월급 100만원은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몇 배 수준"이라며 "시범 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최저임금 적용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해 필리핀의 수도 메트로 마닐라(NCR) 지역의 최저일급은 573~610페소로, 우리나라 환율로 1만4000원~1만5000원 내외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우리나라에서 2시간을 일하면 필리핀 현지에서 하루 버는 돈을 상회하게 된다.

우리보다 먼저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시간당 4290엔(약 3만7440원)이라는 값비싼 이용료 때문에 사실상 세대 소득이 1000만엔 이상인 부유층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파트타임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자체적인 수요조사 결과 대부분이 전일제보다는 하루 4시간 정도의 파트타임 사용을 선호했다고 한다. 시범사업인 만큼 추후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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