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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황석영, 부커상 인터내셔널상 고배…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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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오른쪽)와 번역자 마이클 호프만. 부커상 생중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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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은 소설 ‘카이로스’를 쓴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57)에게 돌아갔다. 최종후보에 올랐던 황석영 소설가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영문 제목 ‘Mater 2-10’)는 고배를 마셨다. 2019년 ‘해질 무렵’(At Dusk)으로 롱리스트(예심)에 올랐다 떨어진 데 이어 두 번째다. 한국작품은 작가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에 이어 지난 3년 연속 최종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작가 한강의 2016년 수상, 2018년 최종후보(소설 ‘흰’)까지 치면 통산 다섯 번째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1일 밤(현지시각)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Kairos)를 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작품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 그란타 북스퍼블리케이션에서 영국 출간된 이 소설의 번역자이자 시인인 마이클 호프만(67)도 함께 수상했다. 작가와 번역가에게는 상금 2만5000파운드씩이 주어진다.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무대공연 연출가로, 2021년 국내 이호철통일로문학상(5회)을 받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국내 소개된 ‘모든 저녁이 저물 때’, 2018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롱리스트(당시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에 올랐던 ‘가다, 갔다, 갔었다’ 등이 있다.



부커상 심사위는 ‘카이로스’를 두고 “1980년대 베를린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개인과 국가의 변화가 어떻게 얽히는지 기술적으로 엮은 소설”이자 “시간·선택·역사의 힘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며 “개인적·역사적 전환점이 교차하는 순간을 깊이 있고 명료한 산문으로 탁월하게 서사화했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1986년 7월 베를린에서 우연히 만난 19살 여성과 53살 작가 사이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베를린 장벽 붕괴가 임박한 시공간이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역대 최고령 수상이자 2016년 작가 한강(‘채식주의자’)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을 기대했던 황석영 작가는 2019년 예심후보(작품 ‘해질 무렵’)에 이어 올해는 최종후보 단계에서 더 호명되길 멈췄다. 심사위는 ‘철도원 삼대’를 “서구에서는 보기 드문, 한국에 관한 방대하고 포괄적인 작품”으로 “한 나라의 역사적 서사와 개인의 정의를 향한 탐구를 결합”시켰다고 평가해왔다. 삼대째 철도노동자인 이진오의 고공농성으로 시작하는 ‘철도원 삼대’는 이 나라 ‘근현대 산업노동자’의 지워진 자화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두드러졌다.



황 작가는 최종후보로 지명된 직후 한겨레에 “지난 20여년 간 10여 차례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늘 마지막 순간에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꼭 받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다면 내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장편소설 3권을 더 쓸 수 있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겨레

황석영 작가. 부커상 누리집 갈무리


이 작품 번역가 김소라(48)씨는 한겨레에 “잘 알려지지 않거나 지워진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식민시대·미군정·독재의 한국사에 대한 책이라 단지 영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 억눌린 역사나 사라진 일상이 또 (번역으로) 지워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원작품을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동번역한 배영재(45)씨는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은어도 공부해야 했고, 가족간 소통이 중점이라 호칭도 최대한 살렸다”며 “처음으로 번역 출판된 작품이 최종후보에 올라 수상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문판 ‘철도원 삼대’는 이번 최종후보 여섯 작품 가운데 분량이 가장 많았으나 “읽는 데 어려움이 없이 번역이 간결하고 속도감 있다”는 게 출판사가 접한 현지 반응이다. 출판사 스크라이브 퍼블리케이션스(Scribe Publications)는 기존 단행본보다 더 작은 판형의 페이퍼백 에디션을 최근 추가 출간했다. 20일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서점 책이 매진돼 사지 못했다는 청중들은 종이에 사인을 받아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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