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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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필 지금 윤 대통령 탈당설이 정치권에 나돌기 시작했을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짐작 가는 바는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4ㆍ10 총선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여당이 따르지 않으면 민주당과 손잡고 정치하면 된다’, ‘여차하면 탈당할 수 있다’는 식의 풍문이 당 안팎에서 나돌았다. 개각 국면에서 흘러나온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과 '윤석열-이재명 회담' 비선 논란도 이런 소문을 부채질했다. 다만 ‘직접 들었다’는 사람이 없는 전언의 전언 형태였다.
여기에 언론 보도가 가세했다. 지난 19일 한 종편 방송은 친윤계 의원의 입을 통해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나는 국민의힘 탈당을 고려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일 한 일간지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 탈당 언급과 위험성’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여권 관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대통령 입에서 자주 ‘탈당’ 얘기가 언급된다는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 성격상 당이 자신과 각을 세운다면 언제든 당을 떠날 수 있다는 경고처럼 들렸다는 것이 이들 얘기”라고 적었다. 유사한 내용이 하루 차이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실관계를 몰랐던 여당 의원들이 진위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4월 1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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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대통령 탈당설에 대해 여권에선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친윤ㆍ비윤 가릴 것 없다. “총선 참패로 지난 국회보다 더 극심해진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집권당이란 울타리마저 벗어던질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고난을 왜 모르겠느냐”(수도권 의원)는 것이다. 대통령이 떠난 국민의힘도 정책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수당으로 전락해 내분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과 집권당이 서로 간 필요에 의해서라도 분리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최근 윤 대통령도 당 초선 당선인을 10여명씩 관저로 초청해 “당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대통령이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당정소통 강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최근 KC미인증 일부 제품의 해외직구 금지 정책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에 “정책 시행 전 당정 협의를 강화하라”고 질책성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탈당설의 부상 배경에 대해 일각에선 본격적인 국민의힘 당권 경쟁을 앞두고 일부 세력이 ‘한동훈 띄우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영남 의원은 “친한계를 표방하는 인사들이 윤ㆍ한 갈등을 부각해 한 전 위원장을 비윤ㆍ반윤의 대표주자로 각인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 총선백서특위 외부위원인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도권 낙선자들은 당내 입지를 위해서인지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책임론 사이에서 특정인을 위한 소리만 내고 있다”고 적었다.
1월 2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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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총선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됐던 한 전 위원장과의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과 언제든 만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갈등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윤계도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는 본인의 자유”라며 열어 놓은 지 오래다. 여기엔 대선 경선 출마자는 선거 1년 6개월(2025년 9월 8일) 전에 당 대표를 사퇴해야 하는 국민의힘의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으로 인해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쥐더라도 별다른 실권이 없을 것이란 친윤계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당 대표는 (차기 대선에 나가고자 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한 전 위원장이 대권을 목표로 한다면 (전당대회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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