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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너도나도 쿠팡 좇아 '미국 증시' 노리면 벌어질 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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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원대로 치솟았다. 그후 3년여가 흐른 지금 쿠팡의 시총은 54조원대로 하락했지만, 코스피 기업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어 시총 4위 수준이다.

# 이 때문인지 네이버 웹툰, 야놀자, 큐텐 등 '제2의 쿠팡'을 꿈꾸며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문제는 조 단위급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는 더 위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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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54조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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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지난 4월 12일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오는 8월부터 '와우' 멤버십 가격을 기존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58.1% 올린다는 게 골자다. 매출과 직결되는 멤버십 가격 인상 소식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가 들썩였다.

이날(현지시간) 쿠팡의 주가는 21.25달러를 찍었다. 이 회사의 주가가 20달러대를 회복한 건 2022년 10월 6일(21.03달러)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었다. 이후 주가가 줄곧 20달러대(5월 15일 22.52달러)를 유지하면서 쿠팡의 시가총액은 403억 달러(약 54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쿠팡의 상장 첫날(3월 11일) 주가가 공모가(35달러) 대비 40.71%(49.25달러)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국내 코스피 기업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475조7917억원·이하 5월 9일 기준), SK하이닉스(127조6916억원), LG에너지솔루션(90조909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55조5869억원)에 이어 코스피 4위 수준이다.

쿠팡과 경쟁하는 국내 유통기업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 GS리테일의 시가총액은 각각 2조3368억원, 2조1520억원으로 코스피 순위 142위, 151위에 그친다. 굴지의 유통기업 롯데쇼핑(2조원), 이마트(1조7813억원), 신세계(1조7436억원), 현대백화점(1조2310억원)의 상황은 더하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1조~2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쿠팡이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로 거듭날 수 있던 것도 상장을 통해 조달한 막대한 자금 덕분이다. 실제로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4조6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2의 쿠팡'을 꿈꾸는 기업들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 제2의 쿠팡 =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 웹툰 계열사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모회사)'다. 네이버는 당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2016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나스닥 상장 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4조~5조원대로 거론된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라인야후(도쿄증권거래소)에 이어 네이버의 두번째 계열사 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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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숙박앱 '야놀자'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야놀자는 2020년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뉴욕증권거래소 출신의 국제 자본시장 전문가 알렉산더 아브라힘을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기업공개(IPO)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큐텐'도 나스닥을 겨냥하고 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하반기 IPO를 목표로 삼은 큐익스프레스는 상장 시 1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나스닥 진출 러시 = 물론 미국 증시 상장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막대한 상장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IFRS)과 미국(GAAP)의 회계기준이 다르고, 공시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인력과 비용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 단위급' 대어들의 미국 증시 러시가 이어지는 건 당연히 자금조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상장 시 미국 대비 70~80%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게 현실"이라면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로선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고, 기업 신뢰도와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은 국내 주식시장 = 문제는 조 단위급 대어들이 미국 증시로 빠져나갈수록 침체한 국내 증시가 더 위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힌 지 오래다.

2021년 12월 28일(3020.24)을 끝으로 3000선이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2700선을 회복하는 데만 2년여(2022년 4월 22일 2704.71→2024년 3월 14일 2718.76)가 걸렸다. 코스닥지수 역시 2022년 1월 5일(1009.62) 이후 1000선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800선에 머물고 있다.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잡기 위해선 국내 증시가 활성화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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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뒤를 이어 야놀자도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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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계획(R&D 계획, 사업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을 자율적으로 수립·이행하고 1년에 한차례 공시해야 한다.

'쪼개기 상장(모자회사 중복상장)'이나 '터널링(대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로의 이익 이전)' 등의 내용도 자율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언급했듯 연 1회 공시에 불과한 데다 기업의 자율에 맡겨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액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데 있다"면서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쪼개기 상장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조치 없이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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