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이란 이어 사우디도 … 중동 패권국 '흔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슬픔에 잠긴 이란 시민들 2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중심가에 위치한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난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후 20일 숨진 채 발견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국가 애도 기간 중인 이란 전역에서 이날 시민들이 모스크와 광장으로 몰려나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라이시 대통령을 추도했다.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이 탔던 헬기가 기술적 문제로 인해 추락했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22일 테헤란에서 열린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데 이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면서 중동 역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 양국 모두 실권자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지정학적 변화는 없겠지만, 관계 국가들은 변수 발생에 긴장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살만 국왕의 건강 문제로 인해 일본 방문 일정을 급히 취소했다. 올해 88세인 살만 국왕은 지난 19일 고열과 관절통 증세를 보이며 폐렴 진단을 받았다. 앞서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라이시 대통령은 20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중동 양대 패권 국가인 사우디·이란 내부의 정치적 변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 장기화로 커질 대로 커진 역내 불확실성을 키운다. 사우디와 이란 모두 실권자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지역에 거대한 충격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중동이 '평화'보다는 '분쟁'에 가까운 상황이라 '2인자'의 사망과 사망 위험 소식만으로도 긴장은 고조된다.

당장은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 이목이 집중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분석가인 알리 바에즈는 20일 카타르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시의 죽음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했던 모호성에 불확실성을 더했다"며 "잘못된 상황 판단은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중동 전역에 영향을 주는 두 국가 내부의 정치적 변화와 이로 인한 일부 오판, 무리수들이 누적되면 중동 위기가 고조될 위험이 없지 않다는 의미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대하는 미국의 반응과 달라진 이란 내부 분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미 국무부는 20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해 이란 국민을 지지하며 이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성명이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 사망으로 확인된 이란 내부 분열도 긴장 고조의 불씨다. 20일 로이터통신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출범한 이란 공화국에서 고위 인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이번처럼 '소규모'인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라이시 대통령에 비판적인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그의 죽음을 축하하며 과자를 나눠 먹는 영상을 몰래 올렸다고 전했다.

20일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을 기리는 기사에 "20일 라이시 대통령이 19일 호다 아파린 댐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기술적 고장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적었다. 이란은 6월 28일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김상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