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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반도체 쇄신 승부수 … 삼성, HBM전쟁 2라운드 추격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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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인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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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1일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삼성전자의 새로운 반도체 수장으로 전격 교체한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층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히는 등 조직 쇄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의 새로운 부문장으로 위촉된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분위기 쇄신에 나서 임직원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전영현호(號) 앞에는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찾아온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주도권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 위치에 있지만, 급성장하는 HBM 시장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하이닉스가 10여 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서 개발 속도를 조절했고, 결과적으로 주도권을 SK하이닉스가 가져가게 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리더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제품을 독점 공급해왔다. 지난 3월부터는 5세대 HBM인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출하량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를 유지하고 삼성전자가 42.4%로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HBM은 통상 일반 D램 가격의 5배를 웃돌 만큼 수익성이 높다. 올해 HBM 수요는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내년에는 또다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면서 수요와 가격 모두 높아지고 있다. 올 연말엔 반도체 D램의 선단 공정 웨이퍼 투입량의 3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BM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HBM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전쟁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2라운드는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2라운드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5세대 12단부터는 적층 경쟁 심화로 공정 난도가 훌쩍 뛰면서 미세 공정에 특화한 파운드리 기술이 필요하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실물로 전시된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도 관건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보조금을 무기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의 양산 시기가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 늦춰진 것도 이 같은 경쟁 국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통해 전 부 회장의 사내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경계현 사장이 내년 정기주총과 이사회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미래사업단장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 교체에 이은 후속 인사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추후 반도체 위기 극복 방안과 미래 전략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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